“잘나가는데…” “묻어둔건데…” 문닫는 소규모펀드 ‘탄식’

입력 2017-01-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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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강제정리 1년반만에 85% 펀드 청산… 126개 남아

수익률 월등저조 펀드 더 부담…운용사, 정리연장 소식에 울상

금융당국이 소규모펀드 정리 계획을 시행한 지 1년 반 만에 기존의 85%에 달하는 펀드들이 청산됐다. 아직 126개 펀드가 운용되고 있지만 내년까지 소규모펀드 정리 계획이 연장되면서 이마저도 대부분 자취를 감추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이같은 펀드 정리가 양적기준에 그치고 있는데다 자산운용사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13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소규모펀드 100여개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연초(2일) 기준 5.21%다. ‘프랭클린브라질[모](주식)’과 ‘미래에셋인덱스로브라질[모](주식)’, ‘교보악사파워브라질[모]1(주식)’ 등 최근 흥행한 브라질 펀드 세 개의 수익률은 각각 74.9%, 69.4%, 62.8%에 달했다.

‘한국투자브릭스[모](주식)’, ‘신한BNPP포커스이머징원자재[모](주식)’, ‘KB유로컨버전스[모](주식)’ 등은 20%가 넘는 연수익률을 내고 있다. 10% 이상 수익률을 내는 펀드도 22개로 전체의 5분의1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이 신흥국·특별자산을 기초로 한 펀드로 한동안 침체기를 겪다가 최근 들어 빛을 보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설립 후 1년이 경과한 공모펀드 중 원본이 50억원 미만인 펀드를 소규모펀드로 규정하고 지난해 2월부터 업계에 정리작업을 부추기고 있다. 소규모펀드 정리 실적이 미진한 자산운용사에는 신규 펀드 설정을 제한하는 등 패널티를 부과했다. 당초 올 2월까지였던 모범규준 존속 기한도 내년 2월까지로 연장했다.

그러나 수익률이 뛰어나거나 반대로 너무 저조한 경우 펀드 청산에 대한 부담감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최근 펀드를 강제로 청산당한 한 투자자는 “2년 전 브라질 관련 펀드에 투자하고 내리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다가 최근에서야 반짝 빛을 보고 있었다”며 “이참에 투자금액을 더 늘릴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청산 결정이 내려져 허탈했다”고 말했다.

수익률이 저조한 펀드의 투자자들은 고민이 더 크다. 중국 펀드에 가입했던 한 투자자는 “일단 묻어두면 언젠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강제로 환매하게 되면서 손실이 현실화됐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는 공모형 펀드가 10개 이하이고 소규모펀드도 5개 이하인 소형 운용사에 대해 펀드 정리를 밀어붙일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소형운용사에 대해 대형사와 비슷한 기준으로 펀드를 정리하라는 것은 시장을 떠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운용규모가 아니라 수익구조, 운용실태 등을 펀드 정리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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