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나가면 꼴찌 했을 회사입니다”
중소기업청이 23일 발표한 ‘2016 인재육성형 중소기업’ 대표 사례로 선정된 IT 기업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이하 아이온컴)의 오재철 대표(46)는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회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인재육성형 중소기업’ 제도는 중기청이 체계적인 근로자 교육을 제공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우수 중소기업들을 선정해 매년 발표하는 사업이다.
아이온컴이 직원을 관리하는 방법은 색다르다. 오 대표는 “연차와 상관없이 매년 15일의 유급 휴가를 더 주고, 야근 안 시키려고 노력한다”고 말문을 뗐다. 석사 교육을 받고 싶은 직원에게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도서 구입비는 무제한 지급한다. 회사 내에는 마사지사가 정직원으로 근무한다. 마사지만 받는데도 근무시간이 가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오 대표가 귀띔했다. 커피뿐만 아니라 맥주도 무제한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음주 근무’가 가능하다. 이런 ‘놀이터’ 같은 회사가 한국에서는 ‘우수사례’로 포상 받지만 외국에서는 특별한 사례도 아니라는 것이 오 대표가 표현한 ‘꼴찌 했을 회사’의 의미다.
이러한 회사 분위기는 “즐기는 사람이 잘 한다”는 오 대표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아이온컴은 5년 전부터 채용 제도를 바꿨다. 직원 채용시 전공‧나이‧성별‧지역‧연령을 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대신 함께 일할 팀원과 팀장이 직접 면접을 본다. 사장은 면접에 참여하지 않는다. ‘함께 일할 사람’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직원에게 자율성을 주는 것이다. 개발자가 주를 이루는 직원들의 학력은 자연스레 고졸에서부터 석사까지 다양해졌다.
“사람에 대한 권한, 예산에 대한 권한, 일에 대한 권한 등 세 가지 대표의 권한을 내려놓기 위해서”라고 오 대표는 회사 제도를 고친 배경을 설명했다. “예산에 대한 권한은 프로젝트별로 상한선만 주고 팀장이 결정하도록 하고, 일에 대한 권한은 ‘이 일을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를 팀이 결정하도록 자율권을 준다”는 그는 “사장은 되도록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안 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커뮤니케이션도 안 하면 대표가 하는 일은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오 대표는 “제 별명은 원격 조종의 천재”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가시적인 개입은 없지만 회사의 경영정보시스템으로 모든 사내 정보와 데이터는 오 대표의 ‘레이더망’을 거쳐간다.
대표는 권한을 내려놨지만 사업 성과는 5년 전에 비해 나아졌다. 오 대표는 “매출은 120억 정도로 비슷한 수준인데 그간 영업익은 두세 배 늘었다”며 “체감 상 원천기술력은 열 배는 늘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아이온컴은 비정형 데이터 관리 기술을 기반으로 CMS(콘텐츠관리시스템), 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CMS 부문에서 아이온컴은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과점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와 미국으로도 진출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몇 안되는 사례다.
최근 경기 부진에도 스타트업들에 대한 벤처 투자 열기는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은 찾아보기 힘든 까닭에 대해 묻자 오 대표는 “개발자의 열악한 처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파견 나가서 일하고 을(乙) 대접받고, 소위 ‘SI’ 사업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우수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겠냐”고 말했다. “국내에는 소프트웨어로 해외에서 승부를 볼 수 있을 만큼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도 없고, 고객은 돈을 주고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지 않는다”며 “15년 이상 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곳도 없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전반적인 ‘레벨업’만이 답”이라고 했다.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적절한 보상을 받는 선행 조건이 마련돼야만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이 하나 둘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고언이다. ‘놀이터 같은 일터’ 아이온컴은 국내에서 개발자의 처우를 만들어가는 몇 안되는 회사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