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미약품의 항암신약 올무티닙의 부작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급기야 베링거인겔하임의 판권반환소식까지 이어졌다. 공시위반, 주가조작 등의 현재 논란의 소재가 되는 것들은 이 글이 언급할 것들이 아닌 것 같으나 임상 중 발생한 부작용을 어떻게 알리는 것이 기업으로서 올바른가, 그리고 투자자는 이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 해온 필자의 입장에서 짚고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부작용 기사가 나자 한 지인께서 그 기사를 보여주면서 “임상을 하지 않고 허가를 받았단 말인가?”라고 질문했다. 허가를 받았는데 허가임상에서 ‘새롭게’ 발견된 부작용으로 인해 안전성 관련 문제가 터져나왔다는 것이 의아했던 것이다.
내용인 즉슨 이렇다.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2상을 완료하면 이 자료를 근거로 3상을 아직 완료하지 않았더라도 허가를 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환자의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인데, 2상만으로도 약의 효과, 부작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FDA가 1992년부터 도입한 신속허가 프로그램(Expedited Programs for Serious Conditions)은 Fast Track, Breakthrough therapy, Accelerated Approval, Priority Review, 네가지로 이 중 어느 것을 통해 진행하는가에 따라 각기 다른 요구조건과 절차가 있다. 항암제의 경우 실질적으로 2상에서 항암효과 입증을 대체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할 경우 3상, 그리고 시판 후 조사를 통해 허가 후에 효과를 입증하는 것을 전제로 신속허가를 내준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특허기간을 더 많이 누리기 위해서라도 항암제나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라면 당연히 2상 종료 후 허가신청을 하게 된다. 항암제를 개발한다면서 허가신청을 위해 3상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대부분 임상결과가 효과를 신뢰하기 힘들거나 기존치료제 대비 우수하지 못한 경우다.
1,2,3상이라는 정해진 검증절차를 따라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왜 2상자료만으로도 허가를 받을 있는 것인지 의아할 수 있는데, 지난번 글에서 설명한 1,2,3상을 분류하는 기준을 참고하면 이해에 조금 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2상은 허가 대상 질병에 대해 효과를 발휘하는 용량을 확인하는 임상이다. 다시 말해 어느 용량에서 효과가 부작용보다 크고, 임상적 가치가 가장 큰지를 확인하는 것인 만큼 효과확인이 전제가 되는 셈이다. 이때 항암제의 경우 최종적인 치료 목표인 생존이득(survival benefit)을 확인하지는 못할지라도, 약물에 대한 치료반응(ORR: Overall Response Rate)이나 질병무진행생존기간(PFS: Progression Free Survival)같은 대체결과(Surrogate Endpoint)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질환과 약제의 특성 그리고 기존치료법과의 관계에 따라 좀더 복잡한 구조로 디자인되기도 하지만 이 원칙은 동일하다.
올리타의 경우 1/2상에서 최소 유효용량인300mg과 치료 적정용량인 800mg에서의 효과와 부작용의 비율을 확인했다. 다른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800mg을 초과해서도 데이터를 축적했다.
현재까지 기사화된 내용을 봤을 때는 “730여명의 환자 중 3명에게서 피부독성이 발생”했다면 NCT02485652(ELUXA), NCT02444819 2개 2상뿐 아니라 모든 임상을 합산한 결과로 보인다. 그런데 필자의 입장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좀 있다.
우선 730여명 중 3명(0.4%)에게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피부독성이 발견되었다고 항암제의 개발을 중단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올무티닙은 항암제로 개발되던 약이다. 환자의 생사를 두고 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스티븐존슨 신드롬나 독성피부괴사융해(Toxic Epidermal Necrolysis)는 이름자체가 생소하고 무서운데다 중증피부이상반응인 것은 맞지만 흔히 복용하는 진통제에서도 아주 드물지만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이런 부작용이 빈발한다면 문제일수는 있겠지만 이런 부작용이 드물게 발생했다는 것 자체는 항암제의 개발에 영향을 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이다. 항암제가 암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그 약을 못쓸 약으로 평하지는 않는다.
보통의 경우 개발중인 약제에서 이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허가당국은 해당 부작용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하여 제출할 것을 개발사에 요구한다. 이는 우수한 임상결과를 기대하고 임상이 다 끝나기전에 허가를 해주는 신속허가 대상에서 배제할 이유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개발중단이나 실패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베링거인겔하임(편의를 위해 이후 BI로 표기하겠다)의 판권반환은 어떻게 봐야할까? BI는 현재 ‘지오트립’이라는 폐암치료제를 가지고 있다. 이 약은 현재 BI가 가진 항암제로는 유일하며 폐암영역에서 혁신적인 약이다. 엄밀한 분류기준은 아니지만 지오트립이 2세대 폐암치료제라면 올무티닙은 3세대 폐암치료제다. 여기에 올무티닙까지 판매한다면 시너지가 확실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많은 약의 개발과 실패를 경험한 BI가 단순히 부작용 발견을 이유로 판권을 반납하고 애먼돈 715억을 날리는 결정을 했을까? 동일한 기전의 약인 아스트라제네카(이하 AZ)의 ‘타그리소’를 봐도 그렇고, BI가 직접 ELUX임상의 계획을 발표하면서 회사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소개했던 정황을 봐도 그렇고 이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BI가 지오트립의 허가임상에 LUX라는 이름을 붙었었고, 이와 연결선상에서 올무티닙의 허가임상에 ELUX란 이름을 붙였다는 점을 보더라도 BI가 올무티닙에 가졌던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아직 한미와 BI는 올무티닙의 2상 임상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단지 2016년 유럽과 미국학회에서 중간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포스터발표는 전문의들이 해당연구의 디자인이 공정한지, 결과에 대한 주장이 합리적인지 검토하여 발표되는 Peer Review Article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많다)했을 뿐이며 허가기관인 식약처에 허가를 위한 안유(안전정유효성)자료로 제출 되었을 뿐이다.
마침 최근 미국 NIH는 임상정보 공개를 법적의무화하는 Final Rule을 발표했다. 반드시 임상결과를 공개해야하는 연구의 범위를 확대하고 추가적인 임상요약을 요구하는 조건들도 만들어 발표했으며,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도 명시했다. 업계관계자들 사이에서 정보공개의 책임은 점점 확대되어갈 것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한미도 어서 빨리 임상논문을 발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학계와 투자자들의 의혹을 해소시키는 노력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직 두개의 2상뿐 아니라 1/2상의 결과도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아직 임상이 종료되지 않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허가를 받을 만큼 분석은 되어있고, 임상 진행 중에 부분자료로 논문을 발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항암제 시장에서는 시장선점을 위해 엄청난 학술발표가 연구개발단계에서 진행된다.
올무티닙은 어쨌든 한국이 개발한 혁신적인 신약이고, 이를 후방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노력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국 바이오제약산업 발전의 ‘마중물’이라 될 것이라는 생각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미는 신약개발노력만큼 정보공개와 투명성 제고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회사가 발표한 내용이 모두 진실하고 숨겨진 문제가 없다면 올무티닙은 다시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기회가 올 가능성이 없지않다고 믿는다. 타그리소보다 임상적 이익이 조금 못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만큼 후진적인 약은 결코 아니라 보기 때문이다. 이번 일이 진정 세계적 제약사가 되기 위한 성장통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