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발주처가 계약을 취소한 반잠수식 시추선의 선수금을 반환한다. 대신 시추선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재매각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해양플랜트 수요가 사라진 상황에서 건조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로부터 반잠수식 시추선 볼스타 돌핀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선수금 1억7600만 달러(약 1982억 원) 반환에 합의하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둘러싼 중재를 종결키로 했다.
볼스타 돌핀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2년 5월 수주한 7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다. 애초 현대중공업은 이 시추선을 군산조선소에서 건조해 지난해 3월 인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선주사는 최초 합의한 기본 설계와 규정을 무리하게 변경하도록 요구하고 승인 절차를 지연하는 등 공정을 방해했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22일 런던해사중재인협회(LMAA)에 중재 신청을 했다. 선주사로부터 1억6700만 달러의 대금을 추가로 받고 인도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선주사는 지난해 10월 27일 인도 지연을 이유로 현대중공업에 계약 취소를 통보하고 선수금과 이자 등 1억8600만 달러의 반환을 요구했고, 현대중공업은 다시 5억19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로 맞섰다. 이번 합의에서 양사는 상대방에 대한 중재 신청을 철회하고, 현대중공업은 요구 금액 중 1억7600만 달러만 돌려주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떠안게 된 시추선을 제3자에게 팔거나 임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시황이 좋지 않아 시추선에 대한 수요가 있을지 불투명하다. 올해 조선 대형 3사는 해양플랜트를 하나도 수주하지 못했다. 에너지 회사들도 기존에 보유한 해양플랜트를 100% 가동하지 못하고 있어 시추선의 새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에만 두 차례 선주사로부터 선박 건조계약 취소를 통보받았다. 이에 각각 선수금 6900만 달러, 선수금 6750만 달러 환급을 요구한 선주사들을 상대로 런던해사중재인협회에 중재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