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자구안 일환으로 하이투자증권을 연내 매각한다고 밝히면서 잠재 인수 후보군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하이투자증권을 연내 매각하는 자구안을 채권단과 합의했다. 현대중공업의 하이투자증권 매각은 원래 내년 중 추진하기로 했었지만, 올해 안에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됐다.
애초 하이투자증권 매각은 올해 최고경영자(CEO)가 교체 되면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인수 이후 8년 만에 CEO를 교체하고, 투자은행(IB)전문가인 주익수 대표를 영입했다. 또 지난 5월 구조조정 전문가인 양동빈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장을 하이투자증권 전무로 이동시킨 것도 결국 구조조정과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던 것이다.
이처럼 하반기 증권업계 재편에 불을 지필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가시화되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은 잠재 인수후보군들 면면에 쏠리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곳은 BNK금융지주,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등 자기자본을 키우려는 중소형 증권사들이다.
실제 메리츠종금증권은 자기자본 3조원의 요건을 충족시키고자 지난해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비롯해 아이엠투자증권 인수 등 활발한 덩치 키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산 등 경남지역에 기반을 둔 BNK금융지주 역시 비금융 증권사를 키우고자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 영업점과 거점을 마련한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다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 계열 HMC투자증권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투자은행(IB)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측에서 현대차그룹에 하이투자증권 매각 의사를 타진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실제 최근 현대차그룹이 그룹 실세로 꼽히는 이용배 현대위아 부사장을 HMC투자증권 부사장으로 이동시킨 것도 결국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하이투자증권의 높은 몸 값 탓에 매각이 순항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하이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이 2008년 당시 CJ투자증권 인수 시 7500억원을 들였고, 이후 3600억원의 유상증자 등 총 1조원 넘게 투자했기 때문에 최소 매각 가격이 5000억원에서 60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노조들의 반발도 변수다. 하이투자증권 노조는 전일 현대중공업과 채권단인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밀실 매각을 중단하고 임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요구했다. 박정현 하이투자증권 노조 위원장은 “올해 초만 해도 현대중공업이 그룹 위상에 걸맞게 하이투자증권을 키운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반년 만에 패키지 매각을 결정했다”며 “알짜 우량 금융 계열사를 매각하는 졸속 방식은 결국 헐값 매각으로 이어져 임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