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노크하는 에너지공기업…'자원개발' 대신 인프라시장 선점 노린다

입력 2016-05-0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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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4대 전력분야 10건 합의… 가스·수자원공사도 MOU

‘중동의 블루오션’ 이란의 빗장이 풀리면서 국내 에너지 공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특히 한ㆍ이란 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열릴 이란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발빠른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방향타는 자원개발 대신 이란 경제 재건에 필수적인 에너지 인프라 사업 참여로 잡았다.

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참여한 한국전력은 지난 3일 이란전력공사(TAVANIR), 이란에너지연구소(NRI) 등과 전력망 효율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4대 전력분야에서 10건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란은 국가 전체적으로 발전과 송배전 분야에 설비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어서 이번 협약이 한전의 이란 전력시장 진출의 중대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한전은 우선 이란전력공사와 손잡고 전력망 효율 향상을 위해 756kV 송전망 도입 타당성 조사와 테헤란 지역의 노후 변압기 교체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스마트 그리드 도입을 위해 ‘지능형 검침 인프라’(AMI) 설치 시범사업과 노후발전소 성능 복구 시범사업도 진행한다. 여기에 잔잔(500MW)과 네이자르(500MW) 발전소 프로젝트에도 주사업자로 참여해 각 5억달러, 10억달러 규모의 가스복합발전소 건설을 추진한다. 한전은 또 이날 약 20명 규모로 테헤란에 이란지사를 개소하고 이란 전력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란국영가스수출회사(NIGEC)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란과 오만을 잇는 심해저 가스배관 건설 공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이란의 천연가스를 해저가스배관을 통해 오만으로 수출하는 15억달러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가스공사는 또 이란국영석유회사(NIOC), 이란국영가스회사(NIGC) 등과도 천연가스 개발, 마케팅과 인프라 건설 등 다양한 신규사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란에서는 가스전 개발 등 상류사업 보다는 배관, 플랜트, 저장탱크 중하류사업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테헤란에 사무소를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3일 이란 수력발전공사와 카룬강 유역 신규 수력발전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란 에너지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와 함께 이란 상하수도공사 등과 상수도 유수율 제고와 안정적 수돗물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스마트 물관리 기술 수출 기반도 마련했다.

대표적인 자원개발 에너지 공기업은 한국석유공사는 정상회담 기간 중 이란 원유산 도입 확대와 국제공동비축사업 구체화한다. 과거 해외자원개발 손실 만회를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GS에너지와 함께 추진 중인이란 유전개발 사업 진출을 아직 검토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을 주도한 광물자원공사는 이번 이란 경제사절단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이란은 세계 1위의 가스, 세계 4위의 석유 보유국이지만 자원개발쪽은 분위기가 좋지 않아 쉽게 논의가 진전될 수 없는 사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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