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4일 차에 접어든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에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에 관심이 커졌다. 이 곡은 이명박 정부 이후 사실상 공식석상에서 제창이 금지돼 있다.
26일 새벽 2시께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전날 저녁 9시경 같은당 신경민 의원으로부터 필리버스터 바통을 넘겨 받은지 5시간 만이었다.
강 의원은 발언 초반 국회선진화법이 없을 때 몸싸움을 하다 사법처리를 당했던 경험을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5시간의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강 의원이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기리는 상징적 노래다. 강 의원은 지난 2013년 5월7일 국회 본회의 자유발언에서도 5·18 기념식에서 제창 순서를 없앤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이 노래를 부른 바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공식석상에서 사실상 금지곡이된 계기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다.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역시 이 곡의 제창이 금지됐다. 때문에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각각 진행하기도 했다.
보훈처는 지난해 5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금지와 관련해 입장자료를 밝혔다. 보훈처는 △보훈·안보 단체의 반발 △작사가인 황석영 방북 경력 △정부 기념식에서 제창되는 노래는 기념일과 동일한 제목이라는 관례 △지금까지 정부에서 법률로 기념곡을 지정한 적이 없음 등을 이유로 제창을 금지했다.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논리와 그동안의 관례 등을 들어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강기정 의원은 "꼭 부르고 싶었다"는 말을 남기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이어 "광주항쟁 때 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민주주의의 현장에서 불렀던 노래다. 오래된 노래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불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