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 캐디피 2만원의 불행

입력 2015-10-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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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 문화팀장

캐디피 12만원 시대다. 전국 어딜 가도 캐디피 10만원의 골프장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지난 2013년 경기 여주·광주 등 일부 지역 회원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2만원씩 인상된 12만원의 캐디피는 지금 전국 83%(한국레저산업연구소 집계)의 골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2만원의 위력은 대단했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골프장을 등진 캐디들을 다시 골프장으로 불러들였다. “캐디가 없어 라운드를 못한다”며 캐디 수급난을 호소하던 골프장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러나 2만원의 위력은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할 듯하다. 골퍼들의 캐디피 2만원에 대한 부담은 골프장과 캐디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서비스 개선 없는 캐디피 인상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사실 캐디피 2만원 인상은 향후 2~3년도 내다보지 못한 골프장 졸속 마케팅의 반증이다. 골프장은 캐디 처우 개선과 골퍼들에 대한 서비스 개선, 그리고 골프장의 캐디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캐디피 2만원 인상을 내세웠다. 이처럼 골프장 졸속 마케팅으로 시작된 캐디피 12만원 시대는 골퍼들에겐 불신을, 캐디들에겐 감당하기 힘든 책임감을 떠안긴 채 대부분 골프장에서 시행되고 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골프장 500개 시대 속에서 내장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또 골프 대중화 바람 속에 그린피 인하 몸부림이 처절하게 전개되고 있다. 결국 한국골프소비자모임(이사장 서천범) 등 소비자 단체에서는 골프장의 캐디피 인상에 대한 소비자 권익 보호에 나섰다. ‘노캐디제’와‘마샬캐디’ 도입 주장이 그것이다.

노캐디는 골퍼가 캐디 없이 셀프 라운드를 하는 제도다. 카트 운전은 물론 라이를 읽고, 거리를 계산하며, 잔디를 보수하는 일까지 전부 골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클럽과 백도 각자 운반한다. 하지만 노캐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와 지연 플레이 등은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반면 마샬캐디는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캐디 교육을 시켜 캐디 업무를 대신하게 하는 방법이다. 기존보다 저렴한 캐디피가 적용돼 골퍼는 물론 골프장과 일자리 창출까지 꾀할 수 있다. 완전한 노캐디 제도를 위한 가교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위의 두 제도가 활성화될수록 캐디들의 설 자리는 점점 위협받게 된다. 결국 캐디피 2만원의 행복을 기대했던 캐디들은 단꿈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골프장 밖으로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인상된 캐디피가 서비스 개선은커녕 골퍼들의 불신만 키운 결과가 됐다. 하지만 이 모든 원인을 제공했던 골프장은 여전히 뒷짐만 진 채 방관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다. 골프장은 캐디피 인상을 이유로 캐디의 업무 환경과 고객 서비스 개선이라는 두 토끼를 내세웠지만 골프계에서는 “캐디피만 인상되고 서비스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골프장의 캐디피 2만원 인상 덫에 걸린 캐디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캐디피 인상이 결국 반작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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