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 인터넷 사업만…동영상으로 세계적 회사 꿈
사업한 지 20년이 됐는데 갑자기 언론사 데스크로부터 기고 의뢰를 받았다. 왜 기업을 하는지 적어달라는 건데 거 참 힘든 주제다. 면대면 하여 말로 하는 것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글로 표현하지? 그래도 우리가 늘 새로운 일에 부딪히면 습관적으로 하는 게 바로 ‘차별화’ 즉,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남이섬 강우현 대표님은 ‘면벽광산’이라고 하셨는데 벽에 부딪혀야 생각이 떠오른다는 의미다. 사전에는 안 나온다. 아마도 강 대표님께서 만드신 문구이고, 늘 어려운 일에 맞닥뜨리면서 해결했던 많은 인고 속에서 나온 명언일 것이다. 나도 오늘 면벽광산이다. 내가 기업을 하는 이유를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싶다.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건 이 글이 이투데이 독자들에게 우리 회사를 홍보하는 글이 될까봐서 염려스럽다. 최대한 그렇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고 싶고, 그저 벤처사업을 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창업한 벤처인들에게 그들을 존경하는 위안의 글이 되길 바란다.
최근에 우리는 플럽(plup)이라는 모바일 개인방송 앱을 얼마 전 출시했다. 이팀 저팀에 있던 멤버들을 모아서 특별한 도전팀을 만들고 모바일 방송에서 우리가 세계를 제패하는 기업이 되자고 했다. 기적같이 두 달 만에 완벽하진 않지만 최소한의 기능을 가지고 서비스는 출시됐다. 기간으로만 보자면 엄청 짧은 시간인데 우리가 동영상만 했던 전문회사답게 기술도 쌓인 게 있고, 경험도 있어서 그런지 아무튼 해냈다. 근데 이 자리에서 그걸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우리는 아주 짧은 시간에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해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원하는 것은 한다.’ 이것이 오늘의 주제다.
우리의 삶은 참 팍팍하다. 수많은 직장인들의 생활이 고달프고 미래가 불투명하다. 몇몇 회사들은 안 그런 곳도 있겠지만 다수는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근데 우리의 삶이 힘든 것과 플럽을 한 달 만에 론칭한 것이 대체 무슨 상관인가? 우리는 과연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고 살아가는지, 우리가 어렸을 적에 가졌던 꿈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있는가 자문해야 한다. 삶이 바쁘고 힘들면 먹고 사는 거 말고는 잊어버린다. 꿈을 가장 먼저 잊고 산다. 개인의 삶이든 기업의 삶이든 꿈을 잊고 살아서는 안된다. 하고 싶은 것은 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난 창업을 말하고 싶다. 20년 전에 내가 한 창업의 결정은 내 인생에서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자가 많아지면 사회는 다양성을 만들어내고 많은 도전정신이 생기고 심지어 교육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준비생보다 창업 준비생이 대학에 더 많이 넘쳐 흘렀으면 한다. 난 지금도 창업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한다. 최근 오픈한 플럽을 보고 주변에선 끊임없이 동영상이라는 우물을 파는 점과 세상에서 첫번째로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한 점, 그리고 이번에 세계에서 세번째로 모바일 방송 서비스를 시작한 것에 대해 칭찬하는 분들이 꽤 있다. 난 그냥 창업할 때와 같은 기분이다. 늘 새로운 일은 심장을 뛰게 만들고, 또 심장을 강하게 한다.
창업을 했다고 해서 늘 사장이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성공을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혹시라도 창업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일단 뛰어들어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는 창업하기 좋은 시절을 만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창업에 관해서는 역대 정부 가운데 최고다. 창업자에 대한 금융지원도 많고, 실패에 대한 부담도 적어도 전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 이번 정부의 창업에 대한 성과는 임기가 지나서 큰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과거 DJ정부 때 일었던 인터넷 창업 열풍이 지금 모바일 시대에 꽃을 피우고 있듯이 지금 모바일 시대의 창업 열풍은 적어도 10년이 지나야 멋진 꽃이 필 것이며, 그 다음 10년이 지나면 위대한 열매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난 1996년에 창업했고 20여년 지나는 시간 동안 인터넷 사업에만 매달렸다. 서비스는 오로지 플랫폼 형태의 미디어 사업에만 주력했다. 약간 모습은 달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와 우리 직원들이 헌신한 시간들은 ‘미디어 플랫폼’이다. 지금 한국이 부러워하는 중국의 텐센트나 알리바바 같은 회사들이 모두 플랫폼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게임이나 커머스 등 약간 달라보이지만 그래도 모두 플랫폼 사업이다. 나도 그런 회사들과 같이 20년 동안 이 일을 한 것에 대해서 깊은 자부심을 갖는다.
졸업하는 대학생, 취업보다…창업의 꿈 더 크게 펼쳤으면
사업을 하는 것보다 더 매력적이고 돈을 잘 버는 일도 있지만 난 벤처를 창업하고 회사를 키우는 이 일이 좋다. 내가 원하는 일이고 내 인생을 바쳐야 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 난 이 일을 사랑한다. 창업은 좋아서 미쳐야 하는 아이템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그냥 포기하기 쉽다.
내가 사업을 하는 마음은 창업을 하는 마음과 같다. 도전정신인 것이다. 배고픔인 것이다. 사업은 배부른 사람이 하기 힘들다. 배 고프지 않으면 면벽광산과 같은 그런 힘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 우리는 배고픈 마음으로 도전하고 성취하고 또 무너뜨리고 또 도전하고 하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창업이 국가의 기틀이 되고 사회 발전의 힘이 됐으면 한다.
지금 아무리 창업의 여건이 좋다고 할지라도 다들 창업은 어려운 것이고 내 인생을 다 걸기에는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뻔한 얘기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다. 이 대가는 성공과 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생은 길지 않다. 요즘 같은 환경에서 70살까지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 일’을 갖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도전하고 힘들고 거칠고 때로는 엄청 지쳐 쓰러질지언정 우리는 벤처창업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업은 참 좋은 것이다. 고용을 창출하고 나라의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지금은 국가의 경쟁력이 기업의 경쟁력으로부터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기업인들의 생각이 도전적이고 열정적이라면 뭐든지 만들 수 있고, 어디든 내다 팔 수 있는 시대이니 과거보다 얼마나 좋아진 것인가? 우리는 이스라엘처럼 창업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요즘 졸업하는 대학생들은 똑똑하다. 그 젊은 졸업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해야 하며, 그중에 창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길 바란다. 난 20년 전 창업할 때 그 마음을 가졌다. 그 마음으로 지금도 사업을 하고 있고 그래서 늘 우리 회사가 하는 동영상 일이 재미있다.
우린 동영상으로 세계적인 회사가 되는 게 꿈이다. 이젠 모바일 시대가 됐고 소셜 시대가 됐으니 소셜의 기반에서 우리가 만든 동영상 플랫폼이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20년 전에 인터넷이 좋아서 무작정 창업을 했고, 지금도 인터넷이 좋다. 인터넷이 좋은 이유는 세상을 편하게 만들 수 있고, 우리가 과거에 할 수 없었던 것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좋다.
인터넷은 사회의 소외된 약자들을 도울 수 있다. 소년소녀 가장들이나 독거 노인이나 아프리카의 굶어 쓰러져 가는 아이들을 살릴 수도 있다. 지금은 플랜 코리아를 통해서 몇몇 아이들을 후원하는 일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가난한 사람을 돕고자 하는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순식간에 서로 엮어줄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인터넷 사업을 하는 이유는 이런 꿈을 이루고 싶어서다. 머지않은 때에 난 그런 일을 꼭 하고 싶다. 그래서 인터넷을 연구하고 많은 실험을 해보고 있는 것이다. 이게 내가 사업을 하는 이유이다.
<약력>
1992년 2월 경희대 기계공학과 졸업
1994년 2월 경희대 대학원 기계공학과 석사
1994년 1월 대우고등기술연구원 연구원
1998년 12월 정보통신부 장관상 수상
1999년 1월~ 판도라TV 대표이사
2006년 12월 2006년 IT분야 ‘올해의 인물’ 선정
2007년 11월 제2회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선정
2008년 3월 제1회 문화콘텐츠 글로벌 리더상 수상
2012년 6~2013년 6월 에브리온TV 대표이사
2013년 12월 제8회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수상
2014년 12월 300만불 수출의 탑 수상
2014년 12월 제11회 대한민국 신성장경영대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
2015년 5월 2015 중소기업유공자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