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 사장님께 감사”..이게 스타 수상소감?..짜증유발 스타 수상소감 홍수!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8-1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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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대상, 대종상, 대중문화예술상 등 각종 대중문화 시상식에서의 스타의 수상소감이 대부분 감동도 의미도 주지 못한다. (사진=MBC)
“이번의 수상은 나로서는 기쁜 것이기보다는 상처가 되살아나는 아픔이었습니다. 행여 모순의 현장과 아픔의 유역을 비켜가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상을 받기보다는 벌을 받는 것으로 일생을 끝마치려고 하고 있기도 합니다. 벌을 받고 떠나는 삶이 우리 시대의 수많은 비극의 사람들에게 그나마 덜 빚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누구보다 한 시대를 치열하게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았던 노교수의 수상소감은 큰 울림을 줍니다. 아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향까지 제시해주는 듯합니다. 12일 19회 만해 문예대상을 수상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입니다.

신영복 교수의 수상소감을 접하면서 영화, 드라마, 예능, 음악 등 대중문화 시상식에서의 스타들의 수상 소감을 떠올려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슴을 뛰게 하는 스타의 수상 소감이 없더군요.

대신 지난 2월 거행된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잠시 숨을 멎게 한 여우조연상 수상자 퍼트리샤 아켓이 생각나더군요. “아이를 낳은 모든 여성 여러분, 이 나라에 세금을 내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싸워왔습니다. 이 평등권이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에게요!” 이 짧지만 강렬한 수상 소감은 전 세계 언론과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며 그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했습니다. 물론 이날 국가 기밀을 폭로한 전 미국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티즌포’로 베스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로라 포이트러스가 “스노든의 내부 고발은 단순히 사생활 침해의 문제점을 폭로한 것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라고 말한 소감 역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연기대상, 대중문화예술상,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즈(MAMA) 등 대중문화 시상식에서 가장 기쁜 수상의 순간에 터져 나오는 연출되지 않은 스타의 진솔한 수상소감에는 삶과 연기, 음악의 철학이 담겨 있고 지향하는 가치관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스타가 살아온 인생의 향취가 배어있기도 하지요. 그래서 스타의 수상소감은 짧지만 많은 것을 강렬하게 전달해줍니다. 스타의 인상적인 수상소감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고 인생의 큰 의미를 깨닫게 해주기도 합니다. 지친 삶에 위안이 되는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하지요. 좌절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사회적 발언을 수반한 수상소감은 의미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대중문화 시상식의 수상자 소감은 그 나라 대중문화인의 품격과 수준, 의식을 보여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대중문화 시상식에서 스타의 수상소감은 어떨까요.

물론 “나는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어머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어머니의 힘은 위대합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사랑합니다”라고 한 고두심 소감이나 “나에게도 이런 좋은 상이 오는 군요…60여 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죄송합니다. 트로피의 여자 발가락 몇 개만 떼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는 황정민의 소감처럼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소감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기획사 사장님과 매니저 오빠, 코디 언니께 감사합니다.” “감독님과 스태프에 이 영광을 돌립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대중문화 시상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연예인의 진정성 없는 수상소감입니다. 스타나 연예인의 수상소감이 기획사 사장, 직원 심지어는 코디, 메이크업해주는 사람에 감사한다는 형식적인 수상소감에서는 어떠한 감동도, 어떠한 의미도, 어떠한 위안도 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수상한 스타들이 특정 종교를 지나치게 언급하거나 “제가 출연한 영화 봐 주세요” “발표한 신곡 꼭 들어 주세요” 등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 음반 등을 홍보하는 수상소감은 감동은 고사하고 짜증만 유발합니다.

언제나 우리 스타들의 수상소감을 듣고 가슴을 설레며 의미의 되새김질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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