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은 24절기 중 열 번째인 하지. 정오의 태양 높이가 가장 높고 낮이 14시간 35분이나 된다. 입하에 일어선 여름 기운이 하지가 되면 온 세상에 뻗치면서 몹시 더워진다. 호박꽃 오이꽃 메꽃이 피고지고 자귀나무에도 꽃이 피기 시작한다. 장마와 가뭄도 대비해야 하니 1년 중 추수기와 더불어 가장 바쁜 때다.
중국인들은 각종 절기를 기억하기 쉽게 이십사절기가(二十四節氣歌)를 만들었다. ‘봄비가 봄을 놀라게 하니 청명 곡우 날씨이고/여름은 까끄라기 가득하고 여름 더위 이어지네/가을은 이슬 속에 있고 가을 추위에 서리 내려/겨울엔 눈 내리고 눈 내린 겨울엔 작고 큰 추위.’[春雨驚春淸穀天 夏滿芒夏暑相連 秋處露秋寒霜降 冬雪雪冬小大寒]
여름의 절기는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 소서와 대서에 暑자가 들어 있어 이어진다는 連을 써서 글자수를 맞췄다. 봄은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인데 마지막 天자는 자수와 각운을 맞추기 위해 넣은 글자다. 天에는 날씨라는 뜻도 있다. 겨울은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이다. 가을은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이다. 상강은 그대로 쓴 게 특이하다.
하지를 장하지절(長夏之節)이라고도 하는데, 널리 쓰이는 것 같지는 않다. 다음은 당나라 때 시인 권덕여(權德輿)의 작품 ‘하지’. “천체의 운행은 멎음이 없어/춘하추동이 서로 갈마드네/한여름 햇볕 눈이 부셔도/오늘부터 음기가 하나씩 더 생긴다네.”[璇樞無停運 四序相錯行 奇言赫曦景 今日一陰生] 여름의 정점에서 가을을 예감한다. 이게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