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한일 관계와 관련, “일본 정부가 그간 한일 우호관계를 지탱해온 무라야마담화, 고노담화 등 일본 역대 정부의 역사인식을 종전 70주년인 올해 명확히 밝히는 것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8·15 담화(아베담화) 등의 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홍구 전 총리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를 비롯해 한일현인회의에 참석한 한일 양측의 원로들을 접견하고 “과거사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을 통해 양국 관계를 보다 건강한 바탕 위에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에 또 한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이제 52분만 생존해 계신다”면서 “이 분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일본측의 용기있는 결단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양국간 외교, 국방, 경제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다양한 레벨의 대화 노력을 바람직하게 생각한다”면서 “양국이 힘을 합쳐야 할 분야가 많은만큼 입장차이는 대화를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이 수교 이래 발전시켜 온 교류와 협력의 역사를 잘 살려나가면서 향후보다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과거사 문제와 안보·경제 등 다른 현안은 분리하는 대일(對日) 투트랙 외교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한일정상회담 등 최고위급 교류는 과거사 문제와 사실상 연계해 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리 전 총리는 “박 대통령의 말씀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잘 전달하겠다”면서 “아베 총리도 한일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무라야마·고노 담화에 기초해 행동하고 있음을 늘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현인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6·22 수교기념일(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기념일)과 8·15 종전 기념일을 앞두고 거리낌 없이 만나는 날이 빨리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참석자간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현인회의의 제언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나가겠다”면서 “양국이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양국 원로들이 지혜와 경륜을 나눠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접견에는 우리측에서는 이 전 총리와 김수한 전 국회의장, 이승윤 전 부총리,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 등이, 일본측에서는 모리 전 총리,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전 관방장관, 모기 유자부로(茂木友三郞) 일한포럼 회장,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