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16일 긴급회동 이후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사퇴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총리는 여전히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중남미 4개국 순방에 앞서 김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오후 3시부터 40분간 독대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3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퇴, 검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민정수석 등의 직무정지 요구 등 당 안팎의 여론을 박 대통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단순히 의혹만 갖고 대통령이 이완구 총리의 용퇴를 얘기하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박 대통령의 발언은 다소 유보적으로 보여도 이완구 총리의 사퇴에 무게를 실은 것이란 주장이 많다.
최고위원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사실상 순방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이완구 총리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뜻”이라며 “이는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였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17일자 신문들도 사설을 통해 일제히 이완구 총리의 용퇴를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내에선 “회동 내용이 기대 이하”라는 실망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회동 전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해외 순방 전 여당 대표와 독대를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특단’의 결정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사실상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얘기로, 그때까지 이완구 총리의 거취를 시간 끌기엔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면서 “당 지도부도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했으면 좋았을 걸,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박 대통령의 순방을 ‘도피성 출장’이라고 비난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시간 끌기 회동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이 도피성 해외 출장을 앞두고 면피용 회동으로 모양새를 갖추려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내가 외국 다녀올 동안 조용히 있으세요’라고 지침을 내리는 것 같다”면서 “새누리당 대표는 그런 지침을 들으러 갔느냐”고 비꼬았다.
한편 이완구 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말에 대한 입장을 묻자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