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럭셔리업체가 아시아 성장둔화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 명품업체 버버리와 멀버리가 중국 경기둔화 등으로 럭셔리제품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일제히 주가가 폭락했다고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버버리는 이날 지난 9월 마감한 2015회계연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가 앞으로 더욱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주가는 3.7% 급락했다.
멀버리는 내년 3월 마감하는 올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뚜렷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17% 급감한 6470만 파운드(약 1100억원)를 기록해 주가가 10% 폭락했다.
세계 최대 럭셔리업체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3분기 동일점포 매출이 전년 대비 4% 증가에 그쳤다. 회사는 유럽과 미국시장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아시아 성장세 둔화를 상쇄했다고 밝혔다.
버버리와 멀버리, LVMH의 실적 등은 럭셔리업체들에 가장 중요한 성장시장인 아시아가 활력을 잃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장은 중국이다. 경기둔화와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캠페인 등으로 중국 쇼핑객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홍콩도 주요 쇼핑지구 매장들이 시위 여파로 문을 닫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영국도 럭셔리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버버리그룹은 지난 1분기 전 세계 시장의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이 12%에 달했으나 2분기에는 8%로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멀버리의 갓프리 데이비스 회장은 “런던에 오는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세일 판매는 늘었으나 아웃렛센터를 통한 매출은 답보 상태에 있으며 한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판매는 줄었다”고 말했다.
버버리와 멀버리 모두 도매상들이 구매에 좀 더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면서 제품 주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는 물론 다른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럭셔리업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제재로 러시아 부유층의 럭셔리제품 수요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시리아에서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가 부상하면서 럭셔리 수요의 큰 축을 담당하는 중동지역 소비자들의 수요가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쇼핑객의 유럽 방문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