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사이 집 근처 휴대폰 대리점이 두 곳이나 폐업했네요.”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진선(38·가명)씨는 셔터를 내린 한 휴대폰 매장을 손 끝으로 가르켰다. 해당 매장에는 ‘폐업정리’라는 붉은색 글씨의 종이만 덩그러니 붙어있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 지 불과 15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초토화됐다.
한 휴대폰 매장의 업주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면서 “(단통법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단통법은 국내 이동통신시장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다. 과거 70만~80만원에 육박하던 음성적인 보조금은 사라졌고, 이통사가 공시한 보조금 상한선 30만원이 최대 지원액수가 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모두 지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의 경우 약 11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현재 갤럭시노트4의 출고가 95만7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85만원을 소비자가 기기 값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를 2년 약정에 9만원대의 최고 요금제 적용을 가정할 경우 매월 13만~14만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제조사들도 죽을 맛이다. 삼성전자, LG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단통법 시행을 기점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삼성전자는 막 출시한 ‘갤럭시노트4’의 신모델 효과 하락을 우려하고 있으며, LG전자는 ‘LG G3’를 통해 이어진 상승세가 꺾일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통법은 국내 시장을 스마트폰 무덤으로 만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국내에서 새로 판매된 스마트폰은 10만2000대로, 단통법이 시행되기 직전 1주일 치 판매량 35만6000대보다 무려 71.3% 감소했다. 피처폰을 포함한 전체 휴대폰 판매량은 11만6000대로 전주 대비(38만4000대) 69.8% 줄었다.
단통법 시행 후 1주일간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였다. SK텔레콤(1만6000대), KT(5000대), LG유플러스(6000대) 등 이통3사에서 총 2만6000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주에 1위 모델 ‘갤럭시S5 광대역 LTE-A’의 판매량 7만3000대와 비교해 62.8%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의 대표 전략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이다.
갤럭시S5 광대역 LTE-A의 판매량은 단통법 시행 이후 1만4000대 이하로 떨어졌다. SK텔레콤을 통해 판매된 LG전자 ‘G3 LTE Cat.6’도 2만2000대에서 4000대로 급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은 스마트폰 시장을 처참하게 폐허로 만들고 있다”며 “누구를 위한 단통법인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 시장의 생태계를 지탱하는 대리점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