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태생적인 한계점에 대한 지적이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분리공시제 도입 실패 △복잡한 법규 △보조금 공시 전문 사이트 결여 등은 이른바 ‘단통법의 3가지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13일 업계와 전문가에 따르면 단통법의 허점을 수정하지 않으면 단통법에 따른 부작용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특히 ‘분리공시제’ 도입 실패를 단통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칭 부사장은 분리공시에 대해 “제조사의 장려금이 공개되는 만큼 보조금 차등 지급 같은 부작용 통제는 물론 출고가 인하 등 소비자 편익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즉, 이통사와 제조사가 정확히 얼마의 지원금을 지급하는지 공개될 경우 이통사는 이통사간, 제조사는 제조사간 가격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분리공시가 빠진 단통법은 지원금을 기존에 비해 오히려 15만원 이상 줄였고, 휴대폰 출고가는 고착화시키고 있다. 결국 모든 소비자의 희생으로 불법보조금 살포라는 부작용을 잡은 셈이 된 것이다.
이에 분리공시 재도입 추진에 대한 여론이 일고 있지만, 당국은 분리공시 재도입을 당분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7일 정부과천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후 분리공시 도입 재추진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재도입을 추진한다고 해도 받아들여지기 힘들 뿐더러, 지금의 단통법이 ‘반쪽짜리’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단통법의 또 다른 태생적 한계로 지나치게 복잡하고 예외규정이 많다는 점도 꼽힌다. 이통사들은 단통법 시행 전부터 일선 영업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교육에 들어갔지만, 너무 어려워 본사에 다시 문의하기 일쑤라는 게 영업점 직원들의 호소다.
헷갈리는 건 통신사들도 마찬가지다. 각 조항을 두고 ‘고무줄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LG유플러스의 망을 쓰는 알뜰폰 업체 ‘미디어 로그’는 단통법에서 요금제에 따른 보조금을 규정한 ‘비례성의 원칙’을 잘못 해석했다가 9일 시정한 바 있다.
비례성의 원칙은 특정 단말기에서 줄 수 있는 최대 지원금(30만원 한도)을 기준으로 요금제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디어로그는 법정 최대 지원금 지급액인 30만원만 넘지 않으면 저가 요금제에서도 30만원 가까운 요금제를 줄 수 있다고 잘못 해석했다. 이에 이 회사는 최근까지도 ‘베가시크릿노트’에 대해 5만원 요금제에서도 29만5000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보조금을 각 통신사 별로 공시하게 강제했다는 점도 단통법의 허점이다. 모든 이통사는 매주 보조금을 다시 정해서 각사 홈페이지에 공시할 수 있다. 그러나 매번 바뀌는 공시 내용을 파악하고 이용하는 소비자는 극히 적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 공시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해 기기별로 보조금이 얼마나 지급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야 소비자도 편하고, 업체간 가격경쟁도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