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없는 복지'를 표방했던 정부가 서민층인 건설근로자의 퇴직공제금에 슬그머니 과세를 추진한 것으로 밝혔다.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는 건설일용근로자의 근로일수에 따라 공제가입 사업주가 공제부금을 납부, 이를 적립하였다가 건설일용근로자가 건설업 퇴직 시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우리사회 대표적인 취약계층인 건설일용근로자의 유일한 노후 생활보장제도라고 할 수 있는 이 제도는, 1998년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도입되었다.
수주산업인 건설업 특성상 종사자 대부분이 일용근로자이며, 상용직과 달리 퇴직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각종 사회복지제도에서 소외되고, 고용불안, 낮은 임금, 높은 체불 등 어려운 현실에 있는 건설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하다.
8일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에 따르면 건고법 제정 당시부터 ‘13.2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전까지는 퇴직공제금 자체에 대한 과세는 사실상 없었다. 다만 퇴직공제금에 법정퇴직금이 포함된 경우에 한해서 과세를 했을 뿐이다. 이자소득에 대해서 과세를 할 수 있지만, 월 납입액이 적고 가입기간이 길기 때문에 사실상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해 2월, 기재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을 소리없이 개정하면서, 건설근로자 퇴직공제금에도 실질적인 과세가 되기 시작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42조의 2(퇴직소득의 범위) 제2항 3호에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제14조에 따라 지급받는 퇴직공제금’을 추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서 지난 해 퇴직공제금을 지급 받은 5만4967명에 대해서 11억5400만원을 소득세로 원천징수했다.
1인당 평균 2만1000원을 징수, 과세로 인한 세수증대 효과는 연간 약 10억 원 내외에 불과하지만, 일용직 건설근로자 입장에서는 작지 않은 금액이다. 퇴직공제금을 받고 난 이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건설일용근로자들은 실제로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의 하나로 “조세지원제도는 고용창출과 서민지원 중심으로 재편”한다고 했다. 제도 도입 취지로 보아도, 군인공제회 공제부금(이자소득으로 봄)과의 형평성을 비교해도, 복지지원금 성격이 강한 퇴직공제금에 소리 없이 과세를 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서 은수미 의원은 “겉으로는 증세 없는 복지를, 속으로는 ‘증세’에 혈안이 되어 있는 박근혜 정부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퇴직공제금에 대한 과세이다.”고 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지금이라도 80만 건설일용근로자들의 고혈을 짜내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