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양향자 상무는 삼성그룹 설립 이래 최초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이다. 양 상무는 1986년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했다. 도면에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단순한 작업이 그의 첫 업무였지만 28년간 메모리반도체 설계라는 한우물만 판 끝에 그는 관련 분야 전문가로 거듭났다. 그 결과 그는 승진 연한을 1년 앞당겨 지난해 상무 타이틀을 달았다.
‘공부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멈추지 않은 그는 끊임없는 배움 끝에 남에게 묻던 위치에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리드하는 위치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그는 “현실을 원망하고 남을 부러워하기보다 내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며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나 자신과 약속하고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탁기 장인’으로 유면한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조성진 사장도 1978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고졸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조 사장은 세탁기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일본 기술을 넘고 마침내 세계가 인정한 ‘통돌이 세탁기’를 만들어 낸 주인공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주요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세탁기를 만들었다. 때문에 조 사장이 처음 배치된 세탁기 부서는 소위 잘나가는 부서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국산 기술의 불모지이던 세탁기 시장에서 치열한 연구를 거듭하며 세탁기 설계 및 개발과 제품 테스트를 진행, 일본은 물론 세계에도 없는 세탁기를 연달아 선보였다.
조 사장은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 LG전자 세탁기연구실장(상무)으로 처음 임원에 오른 뒤 2005년 디지털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세탁기사업부 부사장을 거쳐 2003년에는 HA사업본부 사장 직함을 얻었다.
두산중공업 이상원 기술상무도 학벌 대신 실력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인물이다. 이 상무는 두산중공업 터빈2공장장에서 지난 6월 상무로 승진했다. 특히 그는 두산중공업은 물론 동종업계에서도 생산직으로만 근무하다 임원으로 승진한 첫 사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9년 생산직으로 두산중공업에 입사한 이 상무는 입사 후 줄곧 발전플랜트 터빈 부품 생산 분야에서 35년간 경험을 쌓았고 그 결과 이 분야 장인으로 성장했다.
그는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들을 국산화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렇게 국산화한 증기와 가스터빈 회전날개가 50여종에 달한다. 덕분에 두산중공업은 지금까지 총 2700억원이 넘는 수입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