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를 의미하는 ‘개악(改惡)’이란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연말 소득공제, 무이자할부,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 등을 감안할 때 카드를 안 쓰고 현금을 쓰면 바보 소리를 듣는 세상입니다.
신용카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사용의 편리성과 함께 카드에 들어있는 각종 포인트와 할인 혜택을 듬뿍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카드사들이 신용카드 혜택을 과감히 줄이고 있습니다.
카드 혜택이 줄어들어 과다 사용이 줄고 소비가 합리적으로 바뀌었을까.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크지 않은데 신용카드 사용률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이용한 구매 실적이 국내 민간 소비지출의 80%를 넘어섰습니다.
카드사들이 신규 카드를 출시하며 파격적인 혜택을 부가서비스로 제공했다가 슬그머니 축소해 온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의 기대와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카드사들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5년 내 부가서비스를 줄이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카드사들이 파격적인 서비스로 차별화하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부가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데는 소비자의 혜택이 가맹점으로 전가된다는 비판도 작용했습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수익성 악화로 부가서비스 축소·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그 말은 즉,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비용을 가맹점이 부담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연회비가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상황에서 신용카드 서비스 비용을 가맹점에 부담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광고비만 받고 구독료는 받지 않는 ‘무가지’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의 부가서비스 혜택은 카드사들이 공짜로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겠지요.
신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부가서비스를 줄여 할인 혜택이 아닌 편리성과 안전성으로 경쟁하는 분위기는 바람직합니다.
그렇지만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것만이 문제의 해결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형가맹점과 중소가맹점 간, 가맹점과 카드 회원 간, 카드회원과 현금 사용자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때문입니다.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면 일상생활 비용의 부가서비스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의 피해가 커질 우려도 있습니다.
가맹점수수료 논란, 부가서비스 문제 등이 하나 터지면 그것만 해결하고 간다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모든 것이 뒤엉켜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카드 시장의 방향을 명확히 하고 큰 그림을 그리지 않는 한 신용카드 시장의 발전은 요원할 듯합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조금씩 양보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