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나타나고 있는 전세값 상승현상에 대해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건설교통부는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제 23차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최근의 전세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권부총리와 건설교통부는 최근 전세값 상승이 일시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향후 지속적인 전세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다방면의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김용덕 건설교통부 차관은 "최근의 전세가 상승은 가을철 이사 성수기란 계절적 요인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위반사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서민의 전세가 안정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값 왜 오르나
정부의 버블세븐 발언과 재산세 과세고지가 예고됐던 지난 5월 중순 이후 강남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으며 실수요의 선호도가 높은 경기도 5개 신도시의 경우도 보합세를 보이거나 약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전세가는 주택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든 8월 이후 강북지역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전세가는 지난 2003년 이후 주택공급량 확대에 따라 안정세에 접어들었으나 지난해 8.31대책 이후 매매수요의 전세 전환에 따라 오름세를 나타냈다.
8월 들어 수도권 일부지역에서의 전세가 불안 현상이 강화됐다. 이같은 전세가 상승현상은 8월 이사철에 기인한 것. 여기에 올 여름철에는 예년보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적어 일시적인 공급부족 현상도 전세가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매수요자의 전세 전환 등 전세시장 내부의 변화도 뒤따랐다. 우선 집값의 추가하락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이 매입을 포기하는 대신 전세로 돌아섰으며, 일부 내집마련 수요자의 경우 무주택자에 유리한 청약제도가 실시되는 2008년 이후 청약을 노려 전세를 연장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또한 전세가 폭락 현상이 나타났던 지난 2004년 이후 2년이 지나 재계약이 늘면서 전세가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도 현재 나타나는 전세 오름세의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주택 보유세가 늘면서 다주택 소유자가 현금 확보를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전세가 상승의 한 요소로 꼽힌다.
◆얼마나 올랐나
올해 나타나고 있는 전세가 상승 현상은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지난 2002년 이전에 나타났던 현상처럼 서울 강남 뿐 아니라 강북이나 수도권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 1월부터 8월까지 전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강남권이 아닌 서울 강서구로 9.4%의 상승률을 보였으며, 다음으로 양천구가 8.0%의 상승세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영등포구(6.5%), 노원구(6.6%), 은평구(6.0%) 등 매매가 오름세가 비교적 낮은 지역도 강남권의 전세가 상승세를 넘고 있다.
반면 강남권은 강남구(5.6%), 서초구(2.0%), 송파구(3.2%)선으로 비교적 낮게 나타나고 있다.
강북지역의 전세가 상승세는 뉴타운 및 재개발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주간 전세가 상승률을 보면 마포구(0.3%), 은평구(0.2%), 강서구(0.2%) 등 주로 재개발사업이 활발한 강북 뉴타운 인근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8.31대책 이후 전세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특히 평촌신도시의 경우 11.7%로 가장 높은 전세가 상승률을 보였으며, 5월들어 전세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분당신도시도 10.1%의 상승률을 기록해 수도권 신도시 지역의 전세가 불안 현상은 서울보다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서는 상반기 하락에 따른 반등효과가 나타나는 용인시와 전세물건이 부족한 과천시등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이같은 전세가 강세 현상은 오는 10월부터 잦아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80년대 말 전세값 급등기나 외환위기 이후 공급부족 시기에도 10월과 11월은 전통적인 비수기로 전세값이 약세를 보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부세 부과 등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규제 압박이 강화되면 임차인들의 내집마련도 활발해질 전망이라 전세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또 내년부터 국민임대주택과 수도권 2기 신도시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 되면 전세가 상승세는 크게 둔화될 것이란 게 건교부의 예측이다.
김용덕 건교부 차관은 "전세가는 성격상 매매가 오름세와 기조를 함께 한다"며 "매매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가만 나홀로 상승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값 안정대책
정부는 무주택서민을 위한 전세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예정된 서민 전세자금 지원액은 총 2조원 규모며,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최근의 은행권 콜금리 상승에 관계없이 영세민 2.0%, 근로자 4.5%인 현행 금리를 그대로 유지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또 영세민들에게 고른 혜택을 주기 위해 영세민 보증대상을 1~8등급까지 분류해 시행할 방침이다.
장기임대주택 공급도 잇따른다. 당초 정부의 목표인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은 차질없이 수행할 계획이며, 수도권 택지지구와 송파신도시, 강북 뉴타운 등을 통해 2010년까지 연 30만호의 국민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