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리콘밸리의 전설로 통하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가 37년 만에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가운데 그의 후임에 대한 우려가 벌써 불거져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동 CEO 체제가 오라클을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라클은 이날 성명에서 엘리슨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회장 겸 최고기술경영자(CTO) 자리를 맡게 됐다고 밝혔다. 후임 CEO는 2010년 공동 사장에 임명됐던 마크 허드, 사프라 캐츠가 또 한 번 같이 맡게 됐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의 릭 서머 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동 CEO 체재 결정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단기적으로 봤을 때 큰 변화가 없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시도에 대한 의문이 항상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더십개발회사 RHR인터내셔널의 토마스 사포리토 CEO는 “엘리슨이 아예 회사를 떠난 것이 아니라 2선에 남아있어 공동 CEO인 캐츠와 허드가 제대로 경영활동에 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면서 “(공동 CEO 체제가) 1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허드와 캐츠 사장의 공동 CEO 지명 결정이 나온 배경으로 최근 주춤한 매출 성장률을 주목하고 있다. 즉 이번 결정이 다양한 분야의 경쟁업체 성장세를 따라잡고 매출 성장세를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오라클의 매출 성장률은 지난 12개 분기 중 11개 분기에 걸쳐 5%를 넘지 못했다. 지난 16일 발표한 2014회계연도 1분기 매출도 시장 전망을 밑돌았다. 신규고객 유치에도 어려움은 겪는데다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SAP 등 경쟁업체의 공세도 날로 거세졌다. 특히 경쟁업체들이 오라클의 영업부 핵심 임원들을 빼내가면서 매출 부진이 한층 가중됐다는 평가다.
경쟁업체 SAP가 공동 CEO체제라는 점도 엘리슨이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SAP에서는 공동 CEO로 빌 맥더멋과 짐 하게만 스나베이 지난 4년간 회사 성장세를 이끌었다. 지난 5월 스나베이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현재 맥더멋이 단독 CEO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카츠와 허드가 공동 사장으로서 4년간 재직하면서 상호보완적 능력을 보여줬다며 이들 공동 CEO체제가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