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 나는 책을 꺼내 든다. 업무와 관련된 전문적인 책이 아닌 잠시나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가벼운 책들이다. 책 속의 재미있는 이야기나 새로운 정보는 세상과 일상을 대하는 또 다른 시각을 길러준다. 마치 평소에는 쓰지 않았던 새로운 근육을 쓰게 만드는 영혼의 스트레칭이라고나 할까.
얼마 전 읽었던 책도 그랬다. 김현철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쓴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이다. 방황하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필수 심리 실용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일단 얇고 가볍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늘 고민하는 ‘마음’, ‘상처’, ‘애도’, ‘가족’, ‘사회’, ‘연애’, ‘성공’, ‘생존’이라는 여덟 개의 키워드로 구성돼 있다. 숨가쁜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위의 화두들과 마주한다. 명쾌하진 않아도 가이드라인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그것을 어디서 얻어야 할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고민은 ‘이런 고민을 나만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이 책이 주는 위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는 것 같다. ‘당신의 문제는 당신만이 문제를 겪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나의 고민은 한결 가벼운 것이 된다. 그리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사람들 속에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모를 일이다. 오늘 내가 무심코 집어든 책 속에서 오랫동안 내 머리와 마음을 무겁게 만들던 고민의 해결책이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