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바로 그 변화의 중심인 IT산업, 그중 가장 변화가 빠르고 유연한 소프트웨어(SW) 기업을 경영하고 있지만, 자고 나면 등장하는 신기술과 상상을 뛰어넘는 제품을 접할 때면 긴장감이 느껴지곤 한다. 더불어 경영인으로서 트렌드를 기업의 새로운 기회로 연계시키는 데 대한 고민이 뒤를 잇는다. 그러나 트렌드는 기업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기에 기업 나름의 목적과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트렌드를 내다보고 한 발 앞서 준비하는 타이밍. 삼성전자는 2012년 산업의 중심이 HW에서 SW로 이동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소프트웨어센터를 건립했다. 이미 SW전문인력 4만 명을 확보했고 독자적 운영체제(OS) 개발을 추진하는 등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SW중심사회 정책과 그 흐름을 같이하며 SW기업으로의 전환에 탄력을 받고 있다.
필자도 2011년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의 경영을 맡게 되면서, 한컴의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클라우드’를 주목하고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연내에는 한컴만의 차별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기술 기반의 IT 트렌드는 기업이 실제로 기술을 체득하고 상품을 출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트렌드를 남들보다 조금 앞서 내다볼 수 있는 분석력과 과감히 뛰어들 수 있는 추진력이 중요하다.
또, 기업은 트렌드에 대응함에 있어 수동적 팔로워(Follower)가 아닌 능동적 리더(Leader)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IT산업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이 시장을 빠르게 점유한다. 적극적으로 트렌드를 리드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의 입지 확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적 필름 제조사였던 코닥이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필름 시장 보호를 위해 트렌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실패의 쓴맛을 봐야 했던 사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체 기술력 확보와 기술개발 체계 확립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트렌드를 이끌어야 한다.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국내외 유수 기업 경영진이 한 자리에 모여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IT 트렌드를 창조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에 영향력을 갖고자 하는 기업의 전략인 것이다.
트렌드는 기업에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는 경영진의 혜안과 선택에 달려 있다.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변화에 한 발 앞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경영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끊임없이 정보를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