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 중앙정부의 못된 버릇 하나

입력 2014-09-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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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못된 버릇이 하나 있다. 이런저런 정책을 제 멋대로 결정하고 그 부담은 지방정부에 전가하거나 분담시키는 것이다. 국회와 행정부 모두 그렇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재정 문제는 그 대표적 일 중의 하나다. 0세에서 5세까지 무상보육과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등 인심은 중앙 정치권과 중앙정부가 다 썼다. 그러고 난 뒤 부담은 같이 지자는 것이다.

그 바람에 지방정부는 벼락을 맞았다. 2008년 지방정부 사회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17.4%였다. 그러던 것이 2014년에는 24.5%가 되었다. 7.1%포인트, 돈으로는 약 18조4000억원이 늘어났다. 국고지원이 크다고 하나 지방정부당 몇 백억원씩을 더 쓰게 된 셈이다.

특히 복지수요자가 많은 대도시 자치구의 형편은 말이 아니다. 전체 예산의 30% 정도를 차지하던 복지재정이 얼마 전 40%가 되더니, 어느새 50%를 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치구 중에서는 비교적 형편이 좋다는 서울의 자치구들도 아우성이다. 일부 자치구는 바로 다음 달 지불할 기초연금이 걱정인 상황이다.

참다못해 지난달 중순 서울시 구청장들이 나섰다. 이어 추석 직전에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들이 모두 나섰다. 요구는 간단하다. 부가가치세의 11%로 되어 있는 지방소비세를 16%로 올리는 등 돈을 더 달라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복지 디폴트’, 즉 돈이 없어 무상보육이고 기초연금이고 더 이상 주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다.

중앙정부의 답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그 하나, 복지는 중앙과 지방이 공동으로 해결할 문제이고, 그런 맥락에서 지방비 분담은 당연하다. 둘째, 부가가치세의 5%로 되어 있던 지방소비세를 11%로 올려주는 등 돈은 줄 만큼 줬다. 그리고 셋째, 스스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아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라. 필요하면 얼마나 방만한지 조사를 하겠다.

지방정부는 다시 펄쩍 뛴다. 지방소비세 늘린 것은 부동산 시장 살리느라 취득세를 영구인하한 것에 대한 보전이었고, 그 외 더 줬다고 하나 늘어나는 지출에 비하면 턱도 없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방만경영 사례가 있으면 그 지방정부를 잡을 일이지 그럴 형편도 안 되는 지방정부까지 같이 엎어 부담을 줘서 되겠느냐고 되묻는다.

누가 옳으냐? 국민들은 관심도 없다. 어차피 누가 내든 받게 되어 있는 돈이고 서비스다. 싸우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는 태도다. 언론도 그렇다. 지방이 딱해 보이기는 하나 다 옳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저런 일로 안 써도 될 돈 쓰고 있는 것도 사실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이게 그렇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돈도 돈이지만 이 문제에는 돈 이상의 중요한 부분이 숨어 있다. 다름 아니라 글을 시작하면서 말한 바로 그 ‘못된 버릇’이다.

어떻게 지방정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을 국회나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나. 상의 한 번 없이 말이다. 집안일을 생각해 보라. 초등학교 학생인들 부모가 마음대로 결정한 뒤 입 닫고 시키는 대로 하라 하면 되겠는가.

이 ‘못된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 중앙정부 스스로 도덕적 해이에 걸린다. 당장에 지방재정을 포함한 국가 전체 재정에 대한 고민을 덜하게 된다. 또 중앙과 지방 간에 불필요한 마찰이 일어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국가와 국민생활 전체에 그만한 손실이 따르게 된다.

제안을 하나 하자. 미국의 경우 1995년 ‘예산지원 없는 의무사무 개편을 위한 법’(Unfunded Mandate Reform Act)을 만들었다. 주와 지방정부에 일정액 이상의 부담을 지우는 사업의 경우 반드시 그들의 의견을 들어 반영하도록 했다. 연방정부 스스로 그러한 부담이 지방정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의무적으로 연구하게 하기도 했다.

지방정부나 그 관련 단체는 제쳐 놓은 채 안전행정부의 의견만 구하도록 되어 있는 우리의 상황과는 큰 차이가 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이런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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