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건강 증진 목적으로 담뱃값 인상에 나선 가운데 저소득층 가계소비 중 담배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고소득층의 세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담뱃값 인상이 결국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저소득층 흡연자들에게만 큰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통계청의 올해 2분기 소득별 가구당 가계수지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일수록 전체 소비에서 담뱃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특히 월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 가구의 총 소비지출 중 담배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 소득 600만원 이상인 가구의 3.2배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총 소비지출 90만4549원에서 담배구입비는 1만1111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에서 1.22%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월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의 월평균 담배 구입비는 1만4892원으로 액수만 보면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보다 많았지만 전체 소비지출 302만5538원에서 0.38%에 불과했다.
월 소득 100~200만원 미만 가구는 총 소비의 1.22%, 200~300만원 미만 가구는 0.89%, 300~400만원 미만 가구는 0.82%, 400~500만원 미만 가구는 0.47%를 담배 구입에 썼다.
2분기 전체 가구당 평균 담배구입비가 1만5659원으로 전체 소비에서 0.68%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중·하위 소득층에 해당하는 월 소득 400만원 미만 가구의 담뱃값 비중이 모두 평균치를 넘은 셈이다.
저소득층일수록 담배 구입비뿐만 아니라 흡연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소득 하위 25%의 흡연율은 53.9%이지만 소득 상위 25%의 흡연율은 44.1%에 불과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이 결국 저소득층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더 높은 데다 담배 관련 부담금과 세금 인상분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서민층은 상대적으로 더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흡연율이 높고 담배가격은 소득에 관계없이 같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사람의 담배지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담뱃세가 서민을 통해 거두는 것이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서민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