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맥주업계에 합종연횡(合從連衡) 바람이 거세다. 업계 1위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2위 SAB밀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SAB밀러는 3위 하이네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AB인베브는 SAB밀러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금융권과 접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AB인베브의 글로벌 맥주시장 점유율은 19.7%에 달한다. SAB밀러를 품에 안으면 점유율 30%에 육박하는 ‘맥주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인수 규모는 1220억 달러(약 126조63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AB인베브의 SAB밀러 인수가 성공하면 지난 2008년 인베브가 520억 달러에 안호이저부시를 사들인 후 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이뤄지게 된다.
당국의 반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해 AB인베브는 미국 내 밀러쿠어스와 중국 CR스노 등 SAB밀러의 합작벤처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AB인베브는 SAB밀러를 인수해 콜롬비아와 페루 등 남미는 물론 아프리카 등 신흥국 주요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글로벌 맥주시장 규모가 6510억 달러에 달하지만 지난 2004년 이후 연 평균 성장률은 1.3%에 그쳤다.
이는 주요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몸집 키우기에 주력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지난 2004년 브라질의 암베브와 벨기에의 인터브루가 합병하면서 세계 최대 맥주업체로 도약한 이후, 4년 뒤 안호이저부시를 사들이면서 AB인베브가 탄생했다.
한편, SAB밀러는 하이네켄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앨런 클라크 SAB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취임 당시 M&A보다는 유기적인 성장에 주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달라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필립 고램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클라크 CEO는 SAB밀러가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공격적인 성장을 위해 SAB밀러를 ‘통합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네켄 측은 SAB밀러가 제시한 인수안을 거절한 상태다.
글로벌 맥주업계의 M&A 행보는 최근 주춤한 상황이다. 지난 2008년 이후 업계 M&A 규모는 총 90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55억 달러에 그쳤다.
AB인베브가 지난 6년 동안 235억 달러를 M&A에 투입했고, SAB밀러는 156억 달러를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