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하며 제시한 명분은 ‘흡연율 감소’다. 발표 형태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운을 띄우고 경제부총리가 말을 보태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세법·재정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연대책의 근본적인 목적이 ‘세수확보’에 있다는 것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으려면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가 증세논의에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담뱃값 인상방안으로 ‘증세는 없다’던 정부의 방침도 사실상 깨졌다고 판단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겠다고 하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이렇게 급격하게 가격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의구심이 든다”며 “건강증진부담금 지출에 대한 계획 없이 가격만 올리면 된다는 것은 국민건강보다 오히려 세수에 관심이 크다고 얘기할 수밖에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박훈 교수는 “작년에 8조5000억원, 올해 10조원 국세가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지출계획도 있고 최경환 경제팀이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경제활성화를 한다고 하니 ‘돈이 어디서 나느냐’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증세논쟁에 근본적으로 불을 붙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담뱃값이 인상의 부작용으로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데에도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저소득층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두게 되는 ‘소득역진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흡연율이 높고 담배가격은 소득에 관계없이 동일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사람의 담배지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더 솔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훈 교수는 “국민이 바보가 아니므로 국민건강이라는 이야기만 해서는 누가 믿겠느냐”며 “실제 국가가 돈이 필요한데 다른 말을 하기보다 증세부분은 사실상 포기라는 입장을 최고권력자를 포함한 정부차원에서 밝히는 것이 국민 수준에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면 이후 논의에서는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등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홍기용 교수는 “26가지 국세와 11가지 지방세 중에서 담뱃세는 저소득층에 부담이 가는 돈”이라며 “재정수입에 도움이 된다는 속마음이 있다면 수조원에 달하는 세수를 여기(담배)에서 끌어오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