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와 신흥국 통화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긴축 우려에 최근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미국 경제회복이 가속화하면서 연준이 내년에 시장 예상보다 더 빨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엔저에 일본은 수출기업 가격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지만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은 지난해 5월 연준 양적완화 축소 불안에 야기됐던 자금유출 악몽이 재현될까 떨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장중 106.90엔으로 지난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달러·엔 환율은 사흘 연속 6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조만간 110엔 선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장중 2.2133리라로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리라화 가치는 최근 수일간 4% 가까이 하락했다고 WSJ는 전했다.
남아공 랜드화 가치는 이번 주에 약 3% 떨어졌다. 달러화 대비 랜드화 가치는 이날 장중 11.016랜드로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준의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엔화와 신흥국 통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인 영향이다. 연준은 10월 3차 양적완화를 종료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내년 상반기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헝가리 포린트화도 타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가운데 연준 긴축 우려가 겹치면서 포린트화는 최근 유로화에 대해 2012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대니얼 우드 피셔프랜시스트리스앤드와츠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외환시장의 요동은 신흥국자산의 높은 금리에 만족했던 투자자들에게 다시 한 번 리스크를 상기시키고 있다”며 “우리도 최근 매도세에 발맞춰 리라화와 랜드화에 대해 차익실현 매물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의 루이 코스타 신흥시장 애널리스트는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토르 스자보 애버딘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 긴축에 자금유출이 일어날 수 있는 취약 5개국(남아공·터키·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 개념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며 “이들 나라는 최근 거시경제 상황이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취약 5개국은 지난해 연준 테이퍼링(자산매입의 점진적 축소) 불안에 급격한 자국통화 가치 하락으로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