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민개혁 관련 행정조치를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NBC의 시사대담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서 지난 여름 어린이들이 멕시코와의 국경을 넘어 밀입국하려다 무수히 체포됐던 혼란을 언급하면서 “대중에게 우리가 왜 이민개혁을 추진하는지, 왜 이것이 미국인과 미국 경제에 옳은 일인지 납득시키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말에 이민개혁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행정명령에는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 추방을 유예하고 이들 가운데 자격을 갖춘 일부에게 합법적인 영주권(그린카드)을 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민주당이 다수인 미국 상원이 포괄적 이민개혁법을 통과시켰으나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이 법안을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공화당은 이민법 개혁의 선결조건으로 밀입국을 막기 위한 국경경비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중간선거에서 보수 유권자의 반발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노스캐롤라이나와 뉴햄프셔, 알래스카, 아칸소 등 경합지역에서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급격히 식은 가운데 이민개혁을 추진하면 보수 유권자의 표가 떨어져 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민주당 내에서 제기됐다. 이들 경합지역의 민주당 출마자들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에게 의회 승인없이 이민법을 바꾸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상ㆍ하원 모두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해 오바마 대통령이 사실상 레임덕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민개혁을 옹호하는 시민단체 ‘미국의 목소리’의 프랭크 섀리 사무국장은 “대통령과 민주당 상원의원들에 매우 실망했다”며 “개혁 약속은 우리가 한 게 아니라 대통령과 민주당이 했다. 그걸 믿은 것이 우리 잘못”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많은 시민단체와 이민개혁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말에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면 용서할 것이라는 의향을 밝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