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전세제도 없어지는 것 시간 문제다

입력 2014-09-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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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근 전세가격이 너무 오른다는 기사를 자주 본다. 지역에 따라 전세가격이 주택 구입가격에 근접한다고 걱정한다. 정부는 전세가격 상승에 따라 세입자 보호 대책으로 전세자금 융자를 확대하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갑자기 전세가격이 올라가면 세입자 부담이 커지므로 전세가격 상승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경제여건의 변화로 전세제도는 없어지는 것이 시간 문제이다. 전세제도는 외국에는 없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로서 과거 빠른 경제성장으로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 만들어졌다.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시기에는 주택을 거주 목적뿐만 아니라 재산 증식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전세제도를 통하여 주택가격의 일부만 투자하여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다. 예컨대 2억원의 주택을 1억원에 전세를 주면 1억원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이후 주택가격이 2억5000만원으로 상승하면 1억원 투자하여 5000만원의 이익을 보게 된다. 따라서 주택 구입을 통해 재산 증식을 하려는 사람들은 전세비용이 낮더라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전세를 주었다.

또한 주택을 구입할 돈이 없는 세입자는 주택가격의 일부만 부담하고 월세 부담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전세를 선호하였다. 이와 같이 주택 임대인이나 임차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므로 전세제도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이제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고 급격한 노령화로 주택 수요가 과거처럼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게 되었다. 주택 구입으로 인한 재산 증식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면 전세를 줄 사람이 없어질 것은 당연하다. 전세가격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주택가격보다는 적을 것인데 주택가격이 오를 전망이 별로 없다면 굳이 집을 사서 전세를 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반면 세입자는 전세가 집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유리하므로 전세를 선호할 것이다. 따라서 전세 수요는 늘어나고 전세 공급은 줄어들어 전세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라 주택가격과 비슷하게 되고, 그럴 경우 현재와 같은 전세제도는 결국 없어질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주택임대를 하더라도 전세보다는 매월 수입이 나오는 월세를 선호하게 된다.

이제부터 주택정책은 투기 억제가 아니라 임대료 안정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최근 주택시장 동향을 보면 구입보다는 임대를 선호하여 임대료가 오르고 있는 추세이다.

주택 임대료 안정을 위해서는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야 한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이 보유한 임대주택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임대주택은 민간 다주택자가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중앙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부문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임대주택 공급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므로 단기간에 늘리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민간 임대주택 공급도 늘려야 한다. 최근 임대료가 올라가니 임대료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임대료 규제를 할 경우 민간 임대주택은 줄어들어 세입자는 집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전에 이미 실시한 결과 효과가 없었던 정책이다. 과거 주택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는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이제는 임대주택 공급자인 다주택자를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아 세금을 중과하는 제도를 지속하고 있다.

예컨대 주택양도세 부과시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1주택자는 80% 공제하는 데 비해 다주택자는 30%만 공제하고 종부세도 1주택자는 9억원 이상만 부과하는데 다주택자는 6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하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와 종부세 제도 등 다주택자를 차별하는 제도는 임대료 안정을 위해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아울러 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되려면 주택 임대사업자에게 적절한 수익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임대주택 건설시 저리 자금지원이나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경감 방안 등도 검토되어야 한다. 다주택자는 투기꾼이 아니라 임대주택 공급자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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