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지 50일이 돼 가면서 이른바 ‘초이(최경환)노믹스’의 성과도 서서히 뚜렷해지고 있다.
최 부총리가 보인 행보는 과감성과 자신감 측면에서 전임자였던 현오석 전 부총리와 구별된다. 우선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동원의 규모다. 최 부총리가 취임 8일 만에 총 41조원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 부총리도 지난해 17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했지만 최 부총리 쪽의 액수가 ‘한국판 양적완화’로 불릴 만큼 더 큰 규모다.
각종 규제완화 추진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최 부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민감한 논쟁거리였던 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논란이 돼온 영리병원 허용, 카지노 신설 등을 담은 투자활성화 대책도 총대를 메고 확정해 발표했다. 최근에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회의 경제법안 처리를 압박하는 등 현 부총리의 최대 약점이었던 ‘대(對)국회업무’에서도 차별화를 보였다. 한국은행과의 공조를 통해 금리인하를 이끌어 내면서 ‘재정’과 ‘금리’ 차원의 경기부양 쌍두마차를 완성한 것도 지난해와 상반된다.
정책의 효과를 예단하기에는 다소 이른 기간이지만 ‘힘 있는 부총리의 과감한 정책’은 일단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으로 관측된다. 각종 실물지표에서도 경기가 살아나는 듯한 신호가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2% 늘어나면서 6월(2.2%)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소비도 전달보다 0.3% 증가했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3.5%에 달했다. 정부는 “신호가 강하거나 빠르진 않지만 그래도 경기가 회복세를 향해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용지표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2월 이후 감소하던 취업자 수는 7월 들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만5000명 증가하며 5개월 만에 반등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부진했던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며 도소매업(13만4000명), 음식 및 숙박업(14만2000명)에서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탓이다. 최 부총리의 취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지만 경제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활성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 그동안 위축돼 있던 경제주체들의 심리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면서 “이후 우리 경제가 연간 4% 내외의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 노무라 증권에서는 초이노믹스에 힘입어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가계부채 위험국’인 우리나라가 대출 규제를 풀고 금리를 내리는 등 부채를 늘린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 한 달간 국내 7개 주요 은행 주택대출 잔액은 297조7000억원에서 지난 28일 301조5000억원으로 3조8000억원(1.3%) 증가했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15.6%에 달하는 증가율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인 8.7%를 크게 웃돈다.
경기부양 정책에도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여전히 93.1에 머무는 등 기업들의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어둡다는 점도 초이노믹스의 부족한 부분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제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정책성과는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관련 법안들이 통과돼야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