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표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회계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에서 발표한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계 시장의 기업투명성 강화에 역행한다는 것이다.특히 공청회 한 번 없이 입법예고한 것은 기업투명성 강화보다는 ‘규제완화’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개정된 외부감사법과 규제 개혁 과제 등을 반영해 외감법 시행령과 외감규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외부감사 대상 기준은 자산 총액 100억원 이상에서 120억원 이상으로 조정되고 외부감사 지정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한 공인회계사는 “기본적으로 조직화된 기업들은 감사를 정기적으로 받지만 작은 기업은 제대로 회계처리를 못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업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외부감사 대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계사는 "외부감사 비용은 많아야 1200만원 수준인데 자산총액 100억원 규모의 회사가 이 비용이 부담된다고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은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금감원은 일반적으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에 공청회를 열어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 의견을 조율하고 입법예고를 실시했다.
이 회계사는 “이번 개정안의 경우 지난해 보도자료 기사가 나가고 바로 입법 예고돼 정부의 ‘규제완화’기조에 맞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본래 외부감사 규정은 3~5년마다 개정하는데 이번에는 양측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조율한 결과"라며 “회계업계에서는 개정에 반대하고, 중소기업 업계에서는 기준을 개정안보다 높이라는 입장이었는데, 양측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약 23% 증가한 것에 비례해 외감 대상 기준도 20% 상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계업계가 불만을 표출하는 반면 중소기업계는 반기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들도 외부감사를 충실히 받지만 부실회계로 논란이 된 사례가 왕왕 있는 것처럼 외감을 받는 것과 투명경영이 일치한 것은 아니다"라며 “대출이나 정부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강제하지 않아도 외부감사를 받을 수 밖에 없는데, 감사 비용이 부담되는 기업에까지 외부감사를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외감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금까지 외부감사를 받아온 자산 100억원 이상 비상장법인 중 10%(2100곳) 정도가 외부감사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외부감사 지정제를 강화했지만 지정제가 실시되도 대상 기업은 70여곳에 불과하고 대형 회계법인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 중소회계법인에 불리하다는 것이 회계업계의 중론이다.
한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 텍스, 컨설팅 업무 중 감사 부문은 수임료 대비 일이 가장 많은데, 개정안으로 감사 시장이 작아지기 때문에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더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더라고 감사 질을 높이거나 수임료를 조정하는 부분이 고려되야하는데 이 부분은 논의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