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이 백신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안동 백신공장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적격승인을 얻어내며 녹십자의 최대 맞수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백신 원액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녹십자가 유일했다.
SK케미칼은 “식약처 GMP 적격 승인을 받아 국제조달시장 입찰자격을 갖추게 됐다”며 “3가백신을 시작으로 폐렴백신 등 현재 개발 중인 각종 프리미엄 백신까지 본격 생산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안동 백신공장은 세포배양액으로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설비를 갖췄다. 백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녹십자나 일양약품 등은 유정란(계란)을 이용해 백신을 생산한다.
세포배양액을 통한 백신 생산은 유정란을 확보할 필요가 없어 갑작스럽게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즉각적인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당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유정란을 구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또 조류독감이나 알레르기 등 외부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특장점이다.
안동 백신공장은 이 뿐만 아니라, 발효방식인 폐렴백신과 유전자 재조합 방식인 자궁경부암 백신 생산도 모두 가능해 사실상 모든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SK케미칼은 폐렴백신에 대한 임상3상을 진행 중이고, 자궁경부암ㆍ장티푸스 백신 개발에도 착수했다.
SK케미칼 측은 백신 국산화를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내세움에 따라 녹십자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집계를 보면 국내 백신시장에서는 SK케미칼의 점유율은 21.4%로 녹십자의 17.7% 점유율을 앞서고 있지만, 독감시장에서는 녹십자가 83%의 점유율로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다. 수출 역시 녹십자는 지난해 11월 사상 최대인 4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SK케미칼은 전무하다.
그러나 SK케미칼이 연간 1억4000만 도즈(1회 주사분)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춤에 따라, 75억달러 세계 백신시장을 두고 SK케미칼과 녹십자와 한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