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고위험의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의 인기가 한국과 미국에서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1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107개의 설정액 합계는 1조5억원(공모형 2011억원·사모형 7994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도가 취약한 기업의 채권을 소화하기 위해 올해 첫선을 보인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고위험·고수익의 비우량 회사채와 코넥스시장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대신 세제 혜택을 받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세제 혜택보다는 공모주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장점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새로 상장된 8개 새내기주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이 평균 50.2%에 달하는 등 공모주 시장이 오랜만에 후끈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예정된 삼성SDS,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등과 같은 초대형 기업공개가 예정돼 있어 공모주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일반 개인 청약보다 펀드를 통한 간접 공모주 투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국 하이일드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퍼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일주일 동안 하이일드 채권(정크본드)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71억 달러(한화 약 7조376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에 기록했던 종전 최고치(-46억 달러)를 크게 넘어서는 것으로 주간 유출액으로 최대 규모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 6월 4.82%까지 떨어졌던 하이일드 채권의 평균 금리는 지난 7일 기준 5.78%까지 올랐다. 그만큼 채권 가격은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펀드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북미 채권펀드와 하이일드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일정과 관련한 불안감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 등 해외 하이일드은 경계할 것을 권고한다"며 "그러나 세제 혜택 등의 장점을 지닌 국내 하이일드 펀드에 대해서는 비중 확대나 관심을 둘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