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은행권 퇴직연금 수익률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원리금보장형의 경우 수익률이 2%를 넘지 못했으며 비원리금보장형은 수익률은 조금 나았지만 은행별 편차가 컸다.
퇴직연금상품을 취급하는 14개 은행의 상반기 평균 수익률은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개인(IRP)형이 각각 1.56%, 1.59%, 1.59%를 기록했다. 비원리금보장형의 경우 DB·DC·IRP형이 각각 1.40%, 1.85%, 1.90%의 수익을 거뒀다.
은행 퇴직연금 총 적립액 45조6000억원 중 60%(27조4000억원) 이상이 몰려 있는 DB형은 DC·IRP형에 비해 평균 수익률이 낮았다. 근로자가 직접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운용을 지시하는 DC·IRP형과 달리 DB형은 회사가 사업자를 선정해 보수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원리금보장형의 경우 DB형과 DC형 및 IRP형에서 2%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나마 주요 시중은행 중 DB형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국민·외환은행(1.57%)이었다. DC형과 IRP형은 외환은행의 수익률이 각각 1.61%, 1.78%로 높았다. 하지만 수익률이 가장 높은 은행과 낮은 은행의 차이가 0.1%포인트 안팎으로 크지 않았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지방은행의 성과가 시중은행에 비해 좋았다. 특히 대구은행의 경우 DB형과 DC형의 수익률이 1.65%, 1.78%로 가장 높았다. 규모가 큰 시중은행들과 달리 소비자별 맞춤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원리금보장형의 경우 국민·산업·수협은행이 2% 넘는 수익률을 거뒀지만 신한·대구은행이 DB형에서 0.5%가량의 수익을 얻는 데 그치는 등 은행별로 최대 2%포인트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다만 퇴직연금은 직장인들의 노후 대비 자금인 만큼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경향 때문에 비원리금보장형의 적립액은 원리금보장형보다 2조원가량으로 적었다.
비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을 보면 국민은행이 DB·DC·IRP형에서 각각 2.72%, 2.41%, 2.85%를 기록, 은행권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반면 신한·대구·부산은행의 경우 DB형에서 각각 0.58%, 0.55%, 0.86%의 수익을 얻는 데 그쳤다.
수협은행의 경우 DC형과 IRP형이 각각 3.01%와 3.2%의 수익을 냈지만 전체 적립액이 13억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저금리 장기화와 단기 안전자산 중심으로 운용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실제 지난 1분기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 중 예금과 금리형보험, 국공채 등에 투자한 규모가 원리금보장형의 경우 92.6%에 달했다.
한편 14개 은행 가운데 퇴직연금 적립금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은퇴 브랜드 ‘신한미래설계’를 론칭하고 통합 은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DB·DC·IRP를 합쳐 적립액이 8조6473억원에 달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7조9341억원으로 신한은행을 바짝 쫓고 있으며, 우리(6조9778억원), 기업(6조2180억원), 농협(4조221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은행의 경우 부산은행이 7943억원으로 가장 많은 적립금을 끌어모았고 대구·경남·광주은행이 각각 6415억원·5617억원·3554억원의 실적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