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배당과 임금 증가, 투자에 사용한 금액이 당기순이익의 60~70%(적정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의 10~15%를 세금으로 걷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적정수준이 70%, 세율이 15%일 때 1000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600억원을 임금·투자·배당으로 사용한 기업이 덜 지출한 100억원의 15%인 15억원을 법인세로 더 내는 식이다.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도입하려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자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으나,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고 현금성자산이 많이 늘어난 데 있다. 이에 이번 정책에서 기업이 추가로 부과할 법인세 세율이 3% 수준이라고 한정 지은 것은 ‘증세는 없다’는 정부 기조를 유지하면서 세수는 최대한 확보하는 한편 재계 반발은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법인세율 인하에도 기업들이 그간 현금을 쌓아뒀으니 정부가 내세운 정책 도입 배경에도 명분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은 접근 방법부터 잘못됐다. 세금 부과 기준으로 내세운 사내유보금은 현금성자산과 다르다. 사내유보금은 현금이 아니라 공장을 신설하고 기계설비에 투자하거나 M&A 등으로 이미 지출돼 유·무형자산과 장기금융자산으로 분류된다. 기업이 돈을 쌓아 놓고 투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려면 사내유보금이 아니라 현금성자산을 봐야 한다.
또 기업이 투자를 유보하고 현금성자산을 쌓아두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법인세가 인하된 2009년 이후 세계 경제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공성보단 수성을, 공격적인 투자보다 수세적인 현상유지에 급급했던 때다. 아울러 기업의 본질이 이익 추구에 있음을 상기한다면, 기업들은 지금처럼 정부가 등을 떠밀지 않더라도 이익이 나는 곳에 투자를 단행했을 터다.
기업들의 경영 판단이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매몰된 점도 문제다. ‘낙수효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기조를 계승한 현 정부가 이에 반하는 세금 인상에 나서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법인세율 환원이란 쉬운 길을 두고 기업과 업종별 투자시기와 규모, 특성 등이 달라 그 자체로도 이미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세제를 만들어 징벌적 과세에 나선다는 것은 책임 회피에 다름이 아니다. 세제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다 보니 이로 말미암아 숱한 논란거리가 파생하리란 점도 예측이 가능하다.
“선거를 앞두고 반(反)대기업 정서에 기대 정부의 정책 실패를 기업에 책임지게 하는 것밖에 안되며, 복잡한 과세 정책을 새로 도입하느니 차라리 법인세율을 다시 인상하고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편이 깔끔할 것”이라는 한 재계 관계자의 쓴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