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기업 총수들은 올해도 여름 휴가를 반납한 채 ‘경영 구상’에 몰두할 전망이다. 하지만 같은 경영 구상이라도 그 배경과 목적이 각각 달라 눈길을 끈다. 실적 부진으로 위기 극복 타개책을 마련하는 총수가 있는가 하면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나가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최고경영자(CEO)도 있다. 또한 휴가와 업무를 겸하며 업무 일선에서 현장 경영을 펼치는 CEO도 눈에 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삼성가 자녀들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 중인 만큼 별도의 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하반기 경영전략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사업 구상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 구상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 상반기 원화 강세로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악화된 만큼 이를 타개할 대책 마련에 주력할 전망이다. 지난해 휴가 첫 날 임원들을 소집해 경영회의를 주재한 점으로 미뤄볼 때 정 회장은 올해도 예고 없이 경영회의를 열 가능성이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전략 스마트폰 ‘G3’로 실적 회복을 시작한 LG전자의 성장세를 이어나갈 하반기 사업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휴가기간 국내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 경영전략을 가다듬었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국내에서 현안 점검 및 하반기 경영전략 구상 등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휴가와 업무를 겸하는 CEO도 있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은 중동지역 공사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현장 경영을 펼칠 예정이다. 이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매년 여름 휴가와 추석, 설 연휴기간 해외사업장을 방문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휴가를 반납하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해결에 몰두한다.
한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이달 23~2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전경련 CEO 하계포럼’에 참석한 이후 이달 말까지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26일까지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한 후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 구상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 대신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그룹의 위기상황인 만큼 휴가를 반납하고 잇딴 경영회의 일정을 소화하며 비상경영체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