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병언 코앞서 놓쳐…수뇌부 비난여론 '확산'
검찰이 두 달여 전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어 있던 별장을 급습하고도 부실 수사로 결정적 검거 기회를 날려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수뇌부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23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에 따르면 유씨 검거반은 체포한 유씨 조력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달 25일 오후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인 '숲속의 추억'을 덮쳤다.
별장에 도착한 수사관들은 문이 잠겨 있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수색했다.
당시 별장에 유씨는 보이지 않았고 유씨의 비서 노릇을 하던 구원파 여신도 신모(33·구속기소)씨만 남아있었다.
신씨는 자신이 안성에 사는 미국 국적 구원파 신도라며 요양을 위해 별장에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씨는 영어로 말하며 미국식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신씨가 유씨 도피를 도운 것으로 보고 수색을 마친뒤 체포해 연행했다.
검찰은 수색 당시 유씨가 이미 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판단하고 이튿날 전남지방경찰청에 현장 감식을 의뢰했다.
체포된 신씨는 당초 검찰 조사에서 "5월 25일 새벽 잠을 자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서 눈을 떠보니 성명 불상의 남자가 유병언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유병언이 혼자 사라지고 없었다"고 진술했다.
신씨는 그러나 한 달여가 지난 6월 26일에서야 "검찰이 (5월 25일) 수색할 때 유씨가 2층 통나무 벽 안에 있는 은신처 안에 숨어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검찰은 다음날인 6월 27일 별장 내부를 다시 수색해 내부 비밀공간을 찾아냈으나 유씨는 없었다. 대신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달러가 각각 든 여행용 가방 2개를 발견했다.
검찰이 유씨를 코앞에 두고도 놓쳤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부실수사에 대한 비판과 함께 검찰 수뇌부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한편 경찰청은 유씨 변사체에 대한 초동수사를 소홀히 해 신원 확인을 늦게 한 책임을 물어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