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하락세를 멈추고 본격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여객기 추락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충돌 격화 등 지정학적인 우려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월가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금값이 바닥을 쳤다면서 본격적인 반등에 대비할 것을 투자자들에게 권고했다고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클 위드머 BoAML 금속 투자전략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신흥시장의 수요가 꾸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가 금을 비롯한 금속자원을 흡수하고 있다”면서 “이는 그동안 투자자들의 매도에도 금값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위드머 투자전략가는 “신흥시장 주요국의 번영과 함께 중기적으로 실질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금시장의 최악은 이미 끝났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 금값이 순항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거시적인 ‘테마’에 따라 매매공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위드머 투자전략가는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실질 금리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면서 금값이 약세를 면치 못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줄리앙 필립스 골드앤드실버마켓모닝 애널리스트 역시 금시장에서 아시아 매수세력의 영향력이 크다면서 아시아에서는 단기적인 매매보다는 실질 수요에 따른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필립스 애널리스트는 “아시아의 매수세력은 장기적으로 금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면서 “매수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7일까지 5거래일 동안 상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2억51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금을 포함한 귀금속에 투자하는 ETF에 유입된 자금은 1억8760만 달러 정도다.
금값의 약세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금 약세론자들은 거시경제의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롭 하워스 US뱅크웰스매니지먼트 선임 투자전략가는 “올해 금값은 이미 많이 올랐다”면서 “경제가 살아나고 있으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더해져 금값은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지펀드업계는 금에 대한 롱포지션(매수)을 정리하고 숏포지션(매도)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15일까지 일주일 동안 금에 대한 헤지펀드업계의 순롱포지션은 8.5%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업계의 금에 대한 롱포지션 축소는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금값은 올들어 9.3%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23% 하락하면서 30여년 만에 최대폭으로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