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중반 이후의 소위 베이비 붐 세대는 대한민국의 발전 역사를 응축하고 있다. 연구소의 연구원들, 대·중소기업의 인재들은 국가의 소중한 자원이다. 문제는 열심히 일한 그들이 퇴직하면서 시작된다.
퇴직자의 90% 이상은 퇴직 후 일자리를 찾는다. 그중 10% 내외에서만 한시적 일자리를 얻는다. 고도 성장기를 지나 저(低)성장기에 돌입한 한국에는 청년 일자리조차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독자적 벤처 창업을 생각해 보나, 청년들과의 경쟁에서 자신이 없다. 마누라의 눈칫밥 세 끼를 먹다가 자존심의 발로로 시작하는 것이 소위 생계형 창업이다. 치킨집 방정식으로 설명되는 생계형 창업의 결과는 절반 이상이 3년 내 폐업하고, 지속하더라도 절반 이상이 월수입 100만원 이하로 나타난다. 생계형 창업의 승자는 창업 컨설턴트, 프랜차이즈, 부동산 소유자 그리고 인테리어 업체들이고 퇴직자 대부분은 패자 그룹에 속한다. 그리고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성공적 은퇴 그룹은 재직기간 중 저축으로 은퇴 후 임대 수입을 설계했다. 그러나 이제 금리 하락과 자산 디플레로 웬만한 저축으로는 생계형 임대 수입을 얻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결국 청년들은 은퇴 후 생활 보장이 되는 안정적 공무원과 교사로 몰려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혁신적 일터보다 관리적 일터에 우수 인재가 몰리게 되어 국가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러한 공무원 선호 현상은 결코 청년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이는 국가 인센티브 체계의 설계를 잘못한 결과다.
과도한 자영업과 과소한 엔젤 투자가 한국의 문제라는 점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일석이조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엔젤 투자의 기대값이 생계형 창업보다 높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만족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식 투자의 평균 수익률은 9%이나 엔젤 투자의 수익률은 27%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만 연간 2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엔젤 투자로 몰려가는 근본적인 이유다. 한국의 경우에도 생계형 창업보다 벤처 창업의 생존율이 2배에 달하고 수익률은 비교조차 안 된다. 그러나 벤처 투자는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한 대안이 분산 투자다. 소액 분산 투자를 하는 마이크로 엔젤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의 지향점일 것이다.
이제 가상적 시나리오를 그려 보자. 퇴직한 연구원이 1억원의 자금으로 자영업 대신 자신의 경험이 활용될 수 있는 창업 벤처 10군데에 크라우드 펀딩 투자를 500만원씩 한다. 그러고는 투자한 기업에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찾아가 자신의 경험과 인맥을 활용한 간략한 멘토링을 한다. 물론 무상이다. 이 과정을 통해 퇴직자와 창업 벤처는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대략 6개월 정도 지나 상호 신뢰와 미래 비전을 공유하게 되면 추가 투자에 합의할 수 있다. 추가 투자는 친지들의 동참도 가능하다. 그리고 소액 보수를 받고 한두 군데 창업 벤처에서 일자리를 갖는다. 창업 벤처는 퇴직자들의 경험과 인맥을 얻고 추가 투자를 받는다. 퇴직자는 일자리와 생계형 창업 수준의 수입을 얻는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세대 간 갈등 해소의 획기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단 퇴직자들은 과거 직장 상사 시절의 권위의식, 소위 꼰대 의식은 철저히 버려야 젊은 벤처 창업자들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는 영원한 직장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의 경험과 자산을 사회에 투자하고 이를 선순환하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크라우드 펀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투자 수익이 마이너스인 생계형 창업으로 몰려드는 퇴직자금의 물꼬를 투자 기대값이 높으나 자금이 모자란 엔젤 투자로 돌리는 경제적 효과의 의미는 실로 다대하다. 100만 생계형 창업에서 20만 퇴직자 창업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전환되면 40조원 이상의 국부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세대 간 양극화 해소 효과는 추가로 얻는 가치다.
자금과 경험의 선순환이 크라우드 펀딩의 핵심적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