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4차 대화에서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백혈병 근로자 보상 문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삼성전자는 ‘신속한 보상’에, 반올림 측은 ‘사고와 재발방지’와 ‘보상대상 확대’에 각각 초점을 맞추면서 이날 대화는 서로의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16일 오후 2시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백혈병 근로자 보상 관련 4차 대화에서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평행선을 달렸다. 삼성전자는 8명에 대한 선보상과 보상위원회 설치를 거듭 제안했고, 반올림 측은 진정한 사과와 산재보상 신청자 전원에 대한 보상 및 책임있는 재발방지책을 요구했다.
특히 6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대화 중 절반 정도의 시간은 삼성전자의 사과를 논의하는 데 할애됐다.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가 문제가 발생한 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지난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개 사과를 비롯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과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 등 이미 세 차례 사과를 했다는 입장이다.
보상 문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오늘 협상에서 삼성전자는 협상에 참여 중인 발병자와 가족 8명에 대한 보상 논의를 한 달 안에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며 “이는 발병자와 가족들이 겪고있는 아픔을 조금이라도 일찍 덜어드리기 위해서이며, 또 (8명에 대한 보상이) 마무리돼야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분들에 대해서도 적용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백 전무는 지난달 25일 협상 시 가족과 반올림 측이 제안한대로 양측에서 2~3명 이상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가동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올림 측은 협상에 참여한 8명뿐 아니라 산재 신청자 모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공유정옥 반올림 측 간사는 “이 자리는 법원이나 근로복지공단이 아닌 만큼 범위를 넓히는 것은 삼성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산재 신청자 모두에 대한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백 전무는 “산재 신청 사실만으로 보상을 할 수는 없다”며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을 위해 보상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다시 한 번 제안했다”고 말했다.
재발방지에 대한 입장도 엇갈렸다. 반올림 측은 화학물질 등에 대한 정보공개와 알권리 보장 등을 요구한 반면 삼성전자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백 전무는 “근로자와 생산현장의 안전문제는 회사가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면서 “필요하다면 생산라인의 안전관리 현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불안감과 오해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독립적·전문적인 제3의 기구를 통해 종합진단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화는 양측이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3차 대화에서 2주마다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만큼 다음 대화는 이달 31일 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