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발 위기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포르투갈 대표 기업이 단기 부채를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럽 재정위기 악몽이 되살아났다.
포르투갈의 거대 복합기업 에스피리토산토인터내셔널(ESI)이 단기 채무 상환에 실패한 것이 위기의 발단이 됐다고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여기에 ESI가 지난 5월 감사에서 13억 유로(약 1조8000억원) 규모의 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적발되면서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ESI의 불안이 자회사인 방코에스피리토산토(BES)를 포함해 에스피리토산토파이낸셜그룹(ESFG)으로 전염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증시에서 이날 ESFG의 주가는 9% 빠졌고 BES는 17% 넘게 급락하면서 결국 거래가 중단됐다.
ESI가 ESFG의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으며 ESFG가 BES의 지분 25%를 갖고 있어 ESI가 부채 상환에 실패하면 포르투갈 금융권은 거대한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실제로 무디스인베스터스서비스는 전일 ESFG의 신용등급을 기존 ‘B2’에서 ‘Caa2’로 하향하고 추가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ESI가 단기 이표채 상환에 실패하더라도 포르투갈 금융권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포르투갈이 지난 5월 구제금융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태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RBC캐피털마켓은 분석했다.
ESI 악재로 포르투갈은 물론 유럽 금융시장은 초토화됐다.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24bp(1bp=0.01%P) 오른 3.99%를 기록했고 단기물인 2년 만기 국채금리는 1.16%로 32bp 급등했다.
포르투갈증시 PSI지수는 4% 넘게 급락했고 포르투갈과 함께 재정위기 사태의 주범이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증시 역시 2% 내외의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42% 빠지는 등 미국증시 주요 3대 지수 역시 일제히 하락했다.
포르투갈발 위기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하면서 금과 미국 국채에 자금이 몰렸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8월물 금은 14.90달러(1.1%) 오른 온스당 1339.20달러를 기록했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53%로 전일 대비 1bp(bp=0.01%P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