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해가 진 후부터 밤 12시까지 발생한 야간 시위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0일 야간 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기소된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사무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씨는 2009년 9월 오후 7시15분부터 9시까지 대구의 한 광장에서 용산참사 문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등 야간 시위를 주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시위가 비교적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뤄졌다며 벌금액을 70만원으로 낮췄다.
집시법 10조는 해가 진 후 야간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같은 법 23조 벌칙규정에 따라 처벌된다.
재판부는 "집시법에 대한 헌재 결정은 사실상 일부 위헌이라는 취지"라며 "이 경우 헌재법 47조에서 정한 위헌 결정으로서 효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헌재 결정이 한정위헌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일부 위헌 취지라고 풀이한 것이다.
재판부는 "해가 진 후부터 밤 12시까지 열린 시위를 금지한 부분은 헌재법에 따라 효력을 상실했으므로 해당 조항을 적용해 기소한 사건은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 조항을 특정하게 해석할 경우에만 위헌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 결정이 재판에 적용되는 강제성(기속력)은 없다는 대법원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지난 3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이후 나온 대법원의 첫 판단으로 하급심에 계류 중인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