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에 대해 양도소득세 보다는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금우대종합저축과 생계형 저축은 목적에 맞게 혜택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은 8일 서울 송파구 조세재정연구원에서 열린 ‘금융상품 과세체계 선진화 방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홍 본부장은 파생금융상품의 경우 금융상품간 형평성, 세수효과 등을 고려할 때 거래세를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현물시장에서 양도소득세가 과세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생금융상품에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차익거래가 감소해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개혁소위원회는 지난 4월 파생상품에 대해 매매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과세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세수 측면에서도 거래세 부과가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홍 본부장은 “지난 2012년 옵션 거래승수를 상향조정하는 등 일련의 규제 강화조치로 파생금융상품시장의 거래가 많이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투기억제를 명분으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규제 이전으로 다시 완화하고,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하면 파생상품시장을 부활시키면서 세수효과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홍 본부장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파생상품에 10%의 소득세를 과세했을 경우 세수효과는 367억7000만원인 반면, 코스피200선물에 0.001%의 거래세를 과세했을 경우 세수효과는 642억1000만원으로 조사됐다.
홍 본부장은 또 거래세가 소득세보다 파생금융상품시장 거래를 더 위축시킬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걱정할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11개국은 파생상품을 포함한 금융거래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현재 2016년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는 점을 근거로 설명했다.
아울러 홍 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조세원칙에 부합하는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더라도, 법안 통과와 행정적 준비, 현물시장과의 과세 균형성 고려 등 실제 도입까지 많은 준비 기간이 필요하므로 일단 거래세를 도입하는 게 낫다는 견해를 밝혔다.
홍 본부장은 생계형 저축, 세금우대종합저축의 혜택을 받는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우선 생계형 저축의 비과세 대상을 ‘생계형’이라는 목적에 맞게 지원이 필요한 계층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그동안 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한 60세 이상의 노인, 장애인, 독립유공자 등의 가입자는 소득이나 자산이 많은 경우에도 생계형 저축에 가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홍 본부장은 생계형 저축의 개선 방안으로 60세 이상의 계층에 대해 소득·자산 요건 추가, 60세 이상의 계층에 대해 1인당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 연령 기준을 높이면서 동시에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 등 세 가지를 내놓았다.
세금우대종합저축에 대해서는 20세 이상 일반인의 가입률은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60대 이상의 가입률은 증가하고 있으며 고소득자와 고자산가일수록 한도액에 근접하게 불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아예 폐지하는 방안, 소득·자산 요건을 추가해 고소득자나 고자산가에게 혜택을 제한하는 방안, 현재 가입한도액인 1000만원을 축소하는 방안 등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농협ㆍ수협 등 조합 출자금과 예탁금에 대한 세제혜택의 경우 조합원이 아니라도 1만원 정도의 출자금만 내면 준조합원 자격으로 세제혜택을 볼 수 있어 점진적으로 일반과세화하는 방안과 가입대상에서 준 조합원에서 배제하는 방안, 가입 한도의 단계적인 축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