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7일 2002년 대선 당시 불법정치자금 전달과 관련한 이른바 ‘차떼기 사건’ 연루 전력에 대해 사과했다. 1997년 대선 당시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북풍’ 사건에 대해선 관련성을 부인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열린 국회 정보위의 인사청문회에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특보로서 이인제 의원의 공보특보였던 김윤수씨에게 5억원을 전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받은 데 대해 “불법자금을 전달한 것은 백번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자금 출처와 관련) 당에서 후원금을 받은 것인지 알지도 못했고, 당에서 주는 돈을 그냥 가져다준 것”이라면서 “제가 (기업으로부터 차 트렁크 등을 통해 자금을 불법으로 받은) ‘차떼기’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앞서 인사말을 통해서도 “과거 한때 정치자금 전달 사건에 관여한 것을 가슴깊이 후회하고 있으며 잘못됐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국민께 항상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면서 “지난날의 허물을 반면교사로 삼아 제 머릿속에 ‘정치관여’라는 말은 온전히 지워버릴 것”이라고 했다.
1997년 대선 때 안기부의 ‘북풍’ 사건을 두고는 “당시 1년간 출국금지를 당해 조사를 받았지만 기소를 당하지도 않았고 재판을 받지도 않았다”면서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5·16에 대한 질문엔 “쿠데타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5·16으로 정치발전이 조금 늦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서면답변에선 ‘5·16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적화통일전략에 대응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고 했지 않느냐”고 묻자, “당시 저희 상황은 대단히 심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젊은 학생들은 판문점으로 가서 ‘가자, 북으로’를 외칠 때인데 상당히 어린 마음이었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남재준 전 원장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두고는 “배경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지는 못했다”면서 “어쨌든 국정원 업무내용이 정치 소용돌이에 끼어들었다는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정치관여라는 말은 제 머릿속에서 지우고 원장직을 수행하려고 한다. 더 심하게는 가슴 한구석에 사표를 써서 들고 다니겠다. 지켜봐 달라”고 했다.
그는 국정원 개혁 문제와 관련해 “국정원 창설 이래 계속돼온 수십년간의 적폐를 척결하겠다. 국정원을 새롭게 개조한다는 자세로 해야 할 일과 안 되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국정원을 국가보안과 국익에 기여하는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관으로 탄생시켜 국민의 신뢰로부터 신뢰받는 믿음직한 정보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국정원 직원이 야당 의원들의 질의자료를 몰래 촬영하다 걸려 파행을 빚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저도 오늘 (해당 직원을) 나무랐다. 아무리 관행이라고 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죄송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