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하반기 시작부터 환율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일 장중 1,010원대가 붕괴해 세자릿수에 접근하고 있다.
원화는 하반기에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내수 침체로 성장을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원화 강세에도 수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고 환율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증가세도 안심할 수 없다.
또 환율이 절상되면 수입 가격이 떨어져 국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국내 소비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해외 소비만 늘어나고 있다.'
◇내수 부진에 수출마저 꺾이나
수출 기업의 수익성은 원화 강세로 악화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내수기업(연평균 수출 비중 50% 미만)의 매출 증가율은 3.2%였지만 수출기업(연평균 수출 비중 5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은 -1.8%를 기록했다. 수출기업의 2012년 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3.7%였지만 지난해에는 2.7%로 떨어졌다.
또 원화 강세 속에 수출은 계속 늘어나 상반기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지난 6월 수출액은 478억3천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늘어나 연휴 등으로 조업일수가 짧았던 5월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4월의 증가율 9.0%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
환율이 시차를 두고 수출에 반영돼 원화 가치의 움직임이 방향을 바꾸더라도 당분간 수출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수출 증가세 둔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원화 절상으로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손상되고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상당히 악화될 수 있다"면서 "수출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둔화하면 한국은 성장 동력을 모두 상실할 수 있다.'
◇수출 중소기업 직격탄 불가피할 듯
환율이 세자릿수 시대를 맞게 되면 대기업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겠지만 중소기업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들은 해외 생산 비중 확대와 거래 결제 통화의 다양화 등으로 환율 영향을 줄였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은 자금 부족으로 환위험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지난 5월 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 94개사 가운데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곳이 91.5%에 달했다. 5월 이후 원화는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기업은 해외 진출 등으로 환율 영향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에 해외소비만 증가
원·달러 환율 하락이 국내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사라지고 있다. 통상 원화가 절상되면 수입 가격이 내려가 구매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원화 강세에도 국내 소비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5월 신용카드 승인액은 작년 동기 대비 3.8% 증가해 4월의 5.2%보다 증가 폭이 둔화했다.
같은 달 소매 판매 역시 1.4% 증가에 그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의 -1.6%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비해 해외 지출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내국인의 해외 관광지출액은 16억9천68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24.7% 늘었다.
올해 1분기 내국인의 해외카드 사용액도 28억2천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증가했다.
자녀 교육과 노후 준비 등 구조적 요인에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감 등이 겹쳐 소비에서 환율 하락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수입물가에 반영되는데 시간이 걸리고 무엇보다 소비심리가 불안해 수입가격이 떨어진다고 수요가 곧바로 늘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