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매각한 SK C&C 보유지분 수천억원 어치를 대만 훙하이(鴻海)그룹이 사들이면서 향후 두 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훙하이그룹은 자회사 베스트 리프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최 회장이 보유한 SK C&C 지분 245만주를 3810억원에 매입했다고 대만 증시에 공시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과 특별관계자 5인의 보유지분율은 48.53에서 43.63%로 줄었다.
훙하이는 이번 지분 매입이 장기적인 목적의 전략적 투자라고 밝혔다. 훙하이는 이번 투자로 SK C&C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앞으로 SK C&C와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훙하이는 애플 등의 제품을 주문자 상표 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팍스콘의 모기업이다. 최근 사업구조를 개편해 ICT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훙하이는 이 과정에서 한국 내 ICT 기업 가운데 기술력있는 기업을 물색하다 3개월여 전 SK C&C 지분 인수를 타진하고 서로 협상을 벌여왔다.
SK그룹 관계자는 “훙하이와 최 회장의 입장이 맞아 떨어져 훙하이가 전략적 투자를 하게 된 것으로, 함께 사업을 진행한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르나 팍스콘이 애플과 갈등을 겪는 것 같고, 훙하이가 이동통신사업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다 SK쪽에 투자하겠다고 문의가 왔다”며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투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훙하이에 지분을 매각한 최 회장은 이번 매각 대금을 개인채무 변제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