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기예금과 장기대출의 증가세가 꺾이면서 만기 변환에 기초한 은행의 금융중개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국내은행의 금융중개기능 동향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은행 1년 미만 정기예금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지난 2008년 48.28%로 정점을 찍은 후 2011년 -5.41%, 2012년 1.57%, 2013년 6.55%를 기록하며 크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국내은행의 총수신 대비 핵심예금(core deposit) 비중은 30%에도 미치지 못해 주요국(미국의 경우 75%)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시장성수신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1년 이상 시설자금대출의 증가세 역시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중소기업대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감소, 정보생산에 기초한 은행의 금융중개기능도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6년 49.45%를 기록하던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비중은 2012년 38.01%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담보대출 비중은 42.79%에서 54.42%로 증가했다. 아울러 2006년 88.58%로 정점을 이뤘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대출 비중은 그 이후 줄곧 하락해 2012년 73.45%를 기록했다.
김 연구위원은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약화 배경에 대해 “금융자유화 및 규제완화의 부작용(시장실패)이란 견해와 정부의 섣부른 시장개입에 따른 부작용(정부실패)이란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자유화 및 규제 완화나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형화·겸업화, 지배구조의 변화, 외국자본의 국내진출 등은 은행의 금융중개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한편으론 정부주도의 호송선단식 관치금융이 은행의 기업감시 유인을 낮춰 담보대출 관행을 낳고, 이에 따라 신용채널의 금리민감도가 떨어지면서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은행신용이 확대되지 않고 예금만 감소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향후 은행의 금융중개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실패를 수반하지 않으면서 금리, 진입·퇴출 등을 규제하는 동시에 적절한 보조금 등 인센티브 제도가 정착된 새로운 형태의 금융규제 체계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