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담화 검증 보고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팀이 일방적 ‘검증’으로 고노담화를 심하게 폄훼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중립적 성향의 법조인·교수·학자·언론인 등 5명, 특히 이 가운데 여성 3명으로 검증팀을 구성했다고 말하지만 팀원 중 위안부 문제를 깊숙이 들여다본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심지어 위안부 관련 망언을 일삼아 온 자를 옹호한 역사학자 하타 이쿠히코도 버젓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이 팀이 역사적 검증을 위해 모인 게 5차례뿐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요시자와 후미토시 니가타고쿠사이조호대 교수의 주장처럼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는 일본 측 입맛에 맞는 외교문서만 모아 놓은 것으로 의미 없는 종이에 불과하다.
고노담화 폄훼 논란과 관련해 폄훼, 폄하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폄하다’, ‘폄훼하다’, ‘폄하하다’는 글자꼴과 발음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말 중 하나다. 때문에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한자의 뜻을 몰라 잘못 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누군가를 헐뜯고 깎아 내림을 뜻할 때는 ‘폄(貶)하다’를 써야 맞다. ‘폄훼(貶毁)하다’는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깎아 내리는 것’의 뜻을 지닌 명사 ‘폄훼’에 동사형 어미 ‘~하다’가 붙은 형태로 ‘폄하다’와 같은 의미다.
반면 ‘폄하(貶下)하다’는 ‘치적이 나쁜 원을 나쁘게 말하여 벼슬이 떨어지게 하고 물리치는 것’, 즉 ‘벼슬을 낮추는 일’의 뜻을 지닌 명사 ‘폄하’에 동사형 어미 ‘~하다’가 붙은 말로, ‘폄하다’, ‘폄훼하다’와는 의미상 크게 다르다. 따라서 단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렵고 헷갈리기 쉬운 한자말 ‘폄하다’, ‘폄훼하다’ 대신 ‘헐뜯다’, ‘깎아내리다’ 등 쉽고 뜻이 바로바로 전달되는 우리말을 쓰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베 정부가 ‘고노담화 물타기’로 대놓고 도발한 만큼 우리 정부는 강력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실태 백서 발간으로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는 것은 물론 이번 일로 또다시 상처를 입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향한 진심어린 사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가 간 비밀 사항인 외교적 대화를 공개함으로써 상호 신뢰의 국제관례를 저버린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정상적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참으로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