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고액 전세 세입자 50명을 대상으로 자금출처 등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25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자금출처 조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0억원 이상의 전세 세입자 중 전세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대상 지역은 강남·서초 등 서울 주요 지역은 물론 분당·판교 지역도 포함했다.
특히, 고액 전세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 전세금 확정일자 신고나 전세권 설정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원 포착을 막은 고액 전세 세입자도 현장 정보 수집을 통해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번 조사에서는 고액 전세자금의 출처뿐 아니라 조사 대상자의 부동산, 금융자산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여 부모 등으로부터 세원 포착이 쉽지 않은 전세금 형태로 증여를 받았거나 본인이 운영하는 사업 소득을 탈루해 형성된 자금으로 전세금을 충당한 것이 밝혀지면 증여세 및 소득세를 추징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업소득 탈루가 확인될 때에는 관련 사업체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의 10억원 이상 고액 전세 세입자 56명에 대해 처음으로 자금출처 조사를 벌여 123억원을 추징했다.
이들 가운데 34명은 부모나 배우자로부터 현금을 증여받고도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을 것으로 조사돼 84억원을 추징당했다.
일례로 A씨의 경우 4년간 3억원 이외의 소득이 없었지만 전세 16억원의 고급 빌라에 살면서 8억원의 금융자산과 골프 회원권을 보유했었다.
국세청은 A씨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의 운영자금 명목으로 자산가인 부친으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수십억원을 차입한 뒤 장부상으로는 부친에게 상환한 것으로 위장 처리하고 실제로는 자신의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을 적발해 증여세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이밖에도 전세금 25억원의 고가 주택에 거주하는 B씨의 경우에는 부부의 연 소득(합산 1억원)에 비해 금융대출(15억원)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큰데도 고급 승용차와 유명 헬스클럽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세청 조사 결과 B씨의 부친이 고액 전세금 중 일부는 현금으로 증여하고 나머지는 B씨 명의로 전세주택에 근저당을 설정한 뒤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지급한 뒤 곧바로 부친이 대출금을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B씨의 부친은 대출금 상환 이후에도 근저당권을 해지하지 않아 자녀의 금융대출로 전세금을 지급한 것으로 위장한 사실도 적발돼 수억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했다.